[사설]국정원 직원의 정치권 줄 대기가 내부 고발인가

  • 동아일보

대선 관련 댓글 논란의 한복판에 있는 국가정보원 여직원에 관한 정보를 민주통합당에 유출한 전현직 국정원 직원을 국정원이 검찰에 고발하고 현직 직원을 파면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에서는 “내부 고발자에 대한 국정원의 징계는 부당하고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는 적반하장(賊反荷杖)의 태도”라고 비판했다. 국정원은 “국정원 전현직 직원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가정보기관의 조직과 인원 등을 누설하고 정상적인 대북업무 내용을 야당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으로 왜곡한 것은 내부 고발이 아닌 불법 정치 관여”라고 반박했다.

본보는 올해 1월 4일자 사설에서 국정원과 민주당 어느 쪽의 유불리에 구애받지 말고 국정원 여직원 사건을 끝까지 수사해 실체적 진실을 가리라고 촉구한 바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국정원이든, 민주당이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국정원 전현직 직원이 여직원 정보와 국정원 내부 기밀사항을 민주당에 유출한 사건도 시시비비를 분명하게 가릴 것을 촉구한다.

이번 사건은 내부 고발이냐, 정치권 줄 대기냐가 쟁점이다. 내부 고발이라면 우선 방법이 합당해야 한다. 현직 직원이 정의감에서 내부 고발을 하려 했다면 민주당이 아니라 중앙선관위를 찾았어야 옳다. 그러나 이 직원은 전직 직원을 통해 민주당 측에 제보했다. 전직 직원은 작년 4·11총선 때 민주당 지역구 예비후보로 등록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정치권 줄 대기의 혐의가 짙어 보인다.

내부 고발로 보기에는 제기한 의혹도 정확하지 못했다. 민주당과 문재인 대선후보 측에서는 당초 국정원 직원 70여 명이 비밀 아지트에서 조직적으로 문 후보를 비방하는 사이버 활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여직원이 일부 사이트에 다수의 정치성 글을 올리고, 제3자가 개입된 사실까지 드러나긴 했다. 이것이 대선 개입인지, 여직원의 통상적인 업무인지는 수사를 통해 밝히면 된다. 하지만 당초 제보 내용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다. 전직 직원이 중심이 돼 상당 기간 여직원을 미행하고 주거지를 알아내기 위해 고의로 자동차 추돌사고를 낸 것도 순수한 내부 고발과는 거리가 멀다.

과거엔 정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국정원을 이용하거나 국정원 관계자들이 대선후보 등의 정보를 빼내 특정 정파에 줄서기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번 논란은 아직도 그런 악습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국정원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여직원 댓글 논란과 전현직 직원의 정보 유출 사건은 똑같은 무게로 명백한 사실관계를 가려야 한다. 국정원과 민주당의 말싸움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국정원 직원#내부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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