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호열]선거결과 ‘컴퓨터 조작’ 주장 터무니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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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열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김호열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대통령선거 결과를 놓고 컴퓨터 조작 주장이 처음 제기된 때는 1987년 12월 제13대 대통령선거다. 당시 결과에 불복한 정당은 선거 직후 ‘컴퓨터 조작을 고발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다음 해에는 ‘조작된 승리를 고발한다’라는 부정선거 백서까지 발간했다. 정의구현사제단과 천주교 공정선거감시단의 일부 신부는 대통령선거 무효소송을 제기했고, 어느 목사는 부정선거 무효화 등을 요구하며 16일 동안 단식투쟁도 했다. 그러나 선거 다음 해 구성된 국회부정선거조사특위는 컴퓨터 조작설은 사실 무근이고 해프닝이라는 것을 공식으로 확인해 발표했다. 물론 사제단이 낸 소송도 대법원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받았다.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는 컴퓨터가 한 대도 없었으니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가.

컴퓨터 조작설은 2002년 제16대 대통령선거에서 다시 제기됐다. 조작을 주장하는 이들은 투표지 분류기를 컴퓨터 조작의 주범으로 몰아갔다. 선거를 앞두고 이들은 투표지 분류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줄기차게 주장했다. 그리고 선거 뒤에는 컴퓨터로 개표가 조작됐다면서 재검표를 요구했다. 선거에 진 정당은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법원은 80개 개표소의 투표지 1100만여 장에 대해 재검표를 했다. 재검표 결과 소송을 제기한 후보의 표가 100여 표 늘어나고, 당선자의 표가 700여 표 줄어드는 오차만 확인됐으며 소송을 제기한 정당은 사과성명을 내야 했다.

아무리 자유롭게 주장을 펼 수 있다고 해도 이쯤 되면 컴퓨터 조작설을 주장하는 이들은 한 번쯤 반성과 자숙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그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투표지 분류기를 사용해 개표한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지방선거, 교육감선거가 모두 무효라면서 선거 때마다 이를 반복해 주장했다. 번번이 기각당하면서도 20건이 넘는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했으며 이번 대통령선거도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했다. 그들은 15∼17대 대통령들이 불법으로 당선된 가짜 대통령이라고 주장한다. 가짜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원장과 대법관들도 당연히 가짜라고 했다. 그러면서 떼로 몰려가 대법원 정문 앞에서 이들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단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투표함에서 꺼낸 투표지는 1단계에서 후보자별로 분류한 다음 2단계 심사·집계부와 3단계 위원 검열석 그리고 4단계 위원장석을 거치면서 반복 확인한다. 그 뒤 공표와 상급위원회 보고 순으로 개표를 진행한다. 각 정당과 후보자들의 참관인들은 비디오, 카메라 등 온갖 채증 장비를 가지고 개표 상황을 자유롭게 감시한다.

투표지 분류기는 수작업이었던 1단계 후보자별 분류를 신속하고 정확한 개표를 위해 투표지 분류기로 대체한 것뿐이다. 그 다음 매 단계 수작업과 육안으로 한 장씩 확인하는 절차는 전과 동일하다. 1단계에서 오류가 발생해도 다음 단계에서 걸러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컴퓨터 조작이라는 말은 성립할 수 없다. 수많은 개표사무원과 개표참관인 가운데 지금까지 컴퓨터 조작이 있었다고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지 않은가. 이 명명백백한 사실을 컴퓨터 조작을 주장하는 이들만 외면하고 있다. 그리고 사실을 왜곡하면서 거짓말로 끊임없이 국민을 선동한다. 컴퓨터 조작, 개표 조작을 주장하는 이들은 투표지 분류기 사용을 중지해도 선거가 끝나면 투표 조작을 앵무새처럼 계속 되풀이할 것이다. 정말로 안타깝다.

김호열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대선#박근혜#무효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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