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원자력안전위원회 폐지는 잘못된 결정

  • 동아일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그제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대통령 직속인 원자력안전위원회를 폐지하고 관련 기능을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기로 결정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원자력 진흥과는 별개로 원자력 안전을 감독할 필요성이 있다는 국내외의 요청에 따라 국회의 압도적 지지로 대통령 직속 독립기구로 출범했다. 인수위의 원자력안전위 폐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권고를 무시하는 것인 데다 원자력 안전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드러낸 것이어서 우려스럽다.

많은 국가가 원자력 규제기관을 최고 통치권자 직속으로 두는 것은 원자력 진흥과 규제를 대등하게 취급하거나 한 기관에서 같이 다룰 경우 효율성 논리를 앞세워 안전 문제를 소홀히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사고 때도 일본이 IAEA의 권고를 따르지 않고 원자력 진흥과 규제를 분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일본 정부는 이런 반성에서 지난해 원전 건설과 가동 승인을 담당하는 별도 기구로 원자력규제위원회를 신설했다. 우리는 원자력 안전을 중시하는 세계적 추세와는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대선기간 중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원전을 새로 만들지 않겠다고 공약했으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안전을 우선으로 운영하겠다”고 했을 뿐 원전 확대 여부는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다. 박 당선인이 안전성을 전제로 원자력발전을 밀고 나가려면 무엇보다도 국민 설득이 관건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설계수명을 넘긴 월성1호기는 멈춰 서있고 영광원전을 비롯한 일부 원전도 가짜 부품 문제로 가동을 못하고 있다. 국민의 불신이 큰 상황에서 원전은 안전하다는 확신을 주지 못한다면 원전 확대는 국민의 동의를 얻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원자력 진흥과 규제 기능이 모두 미래부로 갈지, 아니면 진흥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맡고 규제는 미래부가 맡게 될지는 불확실하다. 어떻게 되든 문제는 남는다. 미래부가 원자력을 총괄할 경우 선수가 심판까지 하는 격이고, 미래부와 산업부가 나눠 맡을 경우 별도의 조정기구가 필요하다. 인수위는 행정안전부의 이름을 안전행정부로 바꾸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을 처로 승격시킬 정도로 ‘안전’을 중시하면서, 왜 가장 민감한 원자력 안전은 신경 쓰지 않는지 모르겠다.

올해는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해 본격적으로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를 다룬다.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시한(2014년)도 1년밖에 남지 않았다. 이런 시점에 원자력 규제 기능을 축소한다면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원전 반대론이 힘을 얻을 것이다. 인수위는 국민이 안심할 만한 새로운 원자력 안전 확보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박근혜#원자력안전위원회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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