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사이에 일어난 무력충돌의 인명 피해 숫자다. ‘8일간의 전투’에서
이스라엘인 1인당 팔레스타인인은 28명가량이 죽은 셈이다. 그나마 과거에 비하면 격차가 준 편이다. 2008년 12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로켓 공격을 빌미로 가자지구를 침공했을 때는 인명 손실 비율이 1315명 대 13명으로 ‘100 대
1’을 넘었다.
사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싸움을 국가 내지 지역 간 ‘전투’로 보기는 어렵다. 이스라엘 군인이
소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지는 동안 팔레스타인 청년들은 새총으로 돌멩이를 날린다. 하마스 대원이 이스라엘로 구형 로켓을 날릴 때
이스라엘 주민은 대피소에 잠시 머물면 되지만 이스라엘이 최신 폭격기와 미사일로 공격하는 동안 팔레스타인 주민은 ‘알라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기도하며 폭탄이 자신을 피해 가기만을 바랄 수 있을 뿐이다.
양측의 군사력은 ‘하늘과
땅 차이’를 넘어선다. 17만6500여 명의 현역 군인과 44만5000명의 예비군을 보유한 이스라엘은 520여 대의 최첨단
전투기와 3800대의 탱크 등 중동 최강의 전력을 자랑한다. 조기경보기를 자체 개발해 수출할 정도로 국방기술이 발달했다.
80∼300기로 추정하는 이스라엘의 핵탄두는 아랍 22개국을 모두 날리고도 남을 정도다. 반면 팔레스타인의 가장 큰 무장조직인
하마스는 전투기는 물론이고 탱크 한 대도 없다. 2005년 이후 밀반입한 수천 기의 단거리 로켓과 중거리 미사일이 일부 있을
뿐이다. 현재의 군사력이라면 아랍 22개국이 합세해 대항한다 해도 이스라엘을 당해내기 어렵다. 1948년 5월 팔레스타인 땅에
나라를 세운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4차례의 중동전쟁과 2차례의 레바논전쟁, 2차례의 가자 군사작전에서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이런 군사적 우세는 극심한 불평등 관계로 이어진다. 1993년 9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간에 맺어진 오슬로
협정에 따라 ‘요르단 강 서안(西岸)’ 및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자치를 인정해야 하지만 이스라엘은 걸핏하면 테러 응징이라며 이들
지역에 군대를 들여보낸다. 가자와 서안으로 분리된 팔레스타인의 가족 상봉과 교류도 사실상 끊어 놓았다. 무기 밀반입을 막는다며
가자지구의 전기와 식수를 끊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국제 룰이나 협약도 무시하기 일쑤다. 2002년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397호 결의를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이 안전하고 공인된 국경 안에서 공존하는 비전을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이스라엘은 공인된 국경을 무시하고 서안지구를 침범해 국경 장벽을 설치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서안엔 아직도 철수하지
않은 이스라엘 정착촌이 168곳이나 있다. 이곳에 사는 이스라엘 주민만 40만 명이다. 2003년 6월 미국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측은 2005년까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창설하는 ‘중동평화 로드맵’에 서명했지만 이 꿈은 아직도 요원하다.
최근엔
팔레스타인 측이 이달 29일 유엔 총회에 현재의 ‘표결권 없는 참관 단체’ 지위를 ‘비회원 참관국’으로 격상하는 안을
신청하겠다고 하자 이스라엘은 오슬로 평화협정을 무효화하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다. 이달 29일은 1947년 유엔이 영국 통치하의
팔레스타인 땅을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로 나눠 각각 독립국가로 만들라고 결의한 날이다. 독립국가를 향한 팔레스타인의 꿈이 이뤄지는
날은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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