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철수, 차별화와 단일화 사이의 줄타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8일 03시 00분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사면권과 낙하산 인사를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한 7대 정책을 발표했다. 정책 경쟁에 첫걸음을 뗀 회견 내용은 아직 일부 분야의 총론(總論) 수준이다. 그보다도 그가 정치개혁과 정권교체를 동렬(同列)에 놓음으로써 야권후보 단일화를 앞두고 민주통합당 지지층에 구애(求愛)를 한 것에 눈길이 간다.

안 후보는 “우선 (대선은) 지난 5년간 집권여당 책임을 묻는 선거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해 자신을 범(汎)야권 후보로 정의했다. 그는 “그 기반하에서 정치개혁과 정권교체는 같이 갈 수 있다”고 했다. 이는 9월 19일 출마선언에서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던 것과 미묘한 차이가 있다. 안 후보는 그동안 “새 정치는 정권교체의 상위개념”이라며 정치개혁과 새 정치에 역점을 두었지만, 어제 회견에서 ‘정권교체’의 가치를 격상시킴으로써 단일화에 방점을 찍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당 후보, 안 후보의 3자 구도에선 야권 후보들이 여전히 열세다. 이는 문, 안 두 후보에게 단일화를 압박하는 최대 요인이다. 4, 5일 실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선 박근혜 40%, 안철수 26%, 문재인 24%로 나왔다. 그런 가운데 야권 단일후보 지지도에서 문 후보가 안 후보를 앞지르자 안 후보 캠프는 다소 초조한 분위기다. 같은 갤럽 조사에서 야권 단일후보 지지도는 문 후보 48%, 안 후보 41%였다.

안 후보는 어제 회견에서 야권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현장에서 국민의 목소리, 전문가들의 평가, 여론조사 등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정치개혁을 말하면서도 민주당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구체적 주문은 단일화란 대의(大義)를 위해 미뤄 두겠다는 뜻인가. 민주당이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한 달 사이에 크게 바뀌기도 어려울 것이다.

안 후보 측은 문 후보와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본선까지 완주(完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안 후보든 문 후보든 지금으로서야 ‘완주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할 처지가 아니다. 그랬다가는 지지층이 흔들려 완주에 실패할 수 있다. 안 후보는 차별화와 단일화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현실정치의 정글 속으로 들어서고 있는 양상이다. 그의 정치는 입구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
#안철수#차별화#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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