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민영을 통해 안철수를 검증하는 갑갑함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4일 03시 00분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룸살롱 출입을 보도한 월간지 신동아 9월호 기사에 대해 안 원장 측 유민영 대변인이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유 대변인은 “기사의 기본이 안 돼 있고 근거도 없다”고 가시 돋친 공격을 했다. 성인 남성이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시는 게 큰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안 교수는 2009년 TV에서 ‘단란주점’이라는 말조차 모른다고 했다. 만일 거짓말이라면 안 교수의 도덕성을 검증할 수 있는 자료다. 사실 여부를 담담하게 밝히면 될 일인데 유 대변인의 말은 너무 거칠다. 이런 대변인보다는 안 교수가 직접 나서 해명하는 게 국민과의 소통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유 대변인은 종합편성채널인 채널A가 17일 안철수연구소 설립 초기에 장인과 부인이 이사로, 동생이 감사로 재직한 것이 사실이냐고 묻자 “가족으로서 책임을 다한 것”이라면서 “채널A는 왜 안철수만 검증하느냐. 박근혜는 안 하느냐? 나중에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될 것이니 유념하라”고 협박하듯 말했다. 불필요하게 언론과 각을 세웠던 노무현 정부 시절의 춘추관장을 다시 보는 듯하다. 그동안 안 교수가 박 후보보다 더 많이, 더 가혹한 검증을 받기라도 했단 말인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안 교수를 대통령선거 입후보 예정자로 분류하고 있다.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안 교수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고, 안 교수가 언론을 피하는 바람에 부득이 유 대변인을 통해 검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 대변인은 좀더 성실하고 겸손하게 대변인의 역할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유 대변인은 7월 19일 책 ‘안철수의 생각’이 나왔을 때도 “적당한 시기에 (출마 여부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했으나 공수표가 됐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어제 야권 원로들의 기자회견에서 “안 교수가 단일후보가 되든 민주통합당 후보가 단일후보가 되든, 일단 나와서 판을 키우고 야권의 대선 승리를 돕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 교수는 유 대변인을 통해 “사회 원로들의 말씀도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유 대변인은 “안 교수는 삶의 현장에서 절절한 국민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앞으로도 더 그렇게 하겠다”고 전했지만 중요한 사안에 대해 안 교수로부터 직접 듣지 못하는 국민은 갑갑하다. 안 교수의 행보는 정당의 대선 후보와는 달리 혹독한 검증을 피하면서,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불공정한 선거운동을 계속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안철수#유민영#룸살롱#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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