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 비상, 경영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3일 03시 00분


대기업들이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직면해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25개 그룹 중 92%가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유로존 위기와 세계 경기 침체로 수출과 내수 시장의 동반 부진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인다.

기업의 위기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못지않다. 지난달 수출 실적은 2009년 10월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6월 소매 판매도 전달보다 0.5% 감소했다. 올해 2분기(4∼6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4% 성장에 그쳤다. 3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까지 전망하는 예측도 있다. 전자와 자동차 업종의 높은 실적이 주는 착시(錯視) 효과에 현혹돼선 안 된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제외한 129개 상장사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4.6% 줄었다.

전경련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80%는 내년 하반기 이후까지 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은 투자와 채용을 유지하겠다는 기업이 많지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건설 금융 조선업계는 이미 자산 매각과 인력 감축에 들어갔다. 일본 전자회사 샤프는 종신 고용의 100년 전통까지 무너뜨리며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경기 침체는 소득 감소와 일자리 축소로 이어져 위기의 골을 더 깊게 한다. 노사정(勞使政)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경제에 전력해야 할 책임이 있다. 올해 2%대 성장에 머물고 경제위기가 내년 이후까지 장기화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내다보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은 911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다. 경기 침체로 ‘자산 가격 하락-부채 증가-금융기관 위기 전이-재정 악화’의 악순환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선제적인 정책 카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GDP의 34%에 이르는 국가 채무와 5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단기외채가 더 늘어나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관리할 때다.

경제위기와 맞물려 해외시장에서 한국 기업에 대한 각국의 직간접 견제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당국은 한국 기업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각국의 통상 보호주의 조치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사설#경제위기#유로존 위기#전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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