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근혜, ‘범보수 대연합’으로 勝機 잡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4일 03시 00분


올해 대통령 선거는 보수와 진보 간의 진영 대결이 벌어져 51 대 49의 승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야권 단일화가 이뤄졌던 작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올해 4월 총선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이번 대선에서 여권과 야권은 피차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경선후보 캠프가 ‘범보수 대연합’을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경선이 끝나려면 아직 엿새가 남았지만 박 의원이 대선 후보로 선출되는 것을 전제로 경선 이후를 구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야권은 민주통합당 후보를 앞세워 선거를 치를지, 아니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중심이 될지 알 수 없지만 민주당-안 원장-통합진보당 간에 연대 또는 단일화를 이룰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이런 구도에서 보수의 분열은 자멸로 이어질 수 있다.

박 후보 캠프 측에 따르면 두 단계에 걸친 ‘국민통합대연합 프로젝트’가 검토되고 있다. 1단계로 김문수 경기지사 등 비박(非朴) 경선 후보들과 이재오 정몽준 의원 등 경선 불참자, 그리고 박 의원에게 비판적인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선진통일당의 전신) 대표를 끌어들인 뒤 2단계로 중도 진영까지 외연을 확장한다는 것이다.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선진통일당이나 4·11총선에 ‘국민생각’을 창당해 별도로 참여했던 박세일 씨 등 중도·보수 세력까지 껴안는다면 명실상부한 범보수 대연합이 형성될 수도 있다.

대연합이 성사되려면 박 의원이 손해를 감수하는 포용력을 보여줘야 하고, 연합 대상 역시 보수의 정권 재창출이라는 대의(大義)에 적극 공감해야 한다. 그러나 보수세력 중에도 박 의원 개인이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과(過)에 대한 반감이 상상 이상으로 큰 사람이 적지 않다. 경선 과정에서 룰이나 검증 문제 등을 두고 불거졌던 불협화음을 무리 없이 극복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누군가는 대연합 참여를 조건으로 터무니없는 지분을 요구할 수도 있다.

친박 진영은 박근혜 지지표가 단단해서 본선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대선은 고정 지지표만으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보듯 지지표의 확장 여부가 승패를 좌우한다. 박 의원이 중도까지 포괄하는 범보수 대연합을 성사시켜 승기(勝機)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러려면 박 의원 스스로도 세간에 심어진 불통(不通) 이미지를 떨쳐내야 한다. 새누리당도 친박(親朴) 일색의 박근혜당이라는 틀을 깨는 노력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사설#대선#박근헤#범보수 대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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