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리 1호기 재가동해야 할 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6일 03시 00분


무더위로 전력 수요가 23, 24일 이틀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어제는 오후 한때 예비전력이 376만 kW까지 내려가 정상범위의 하한선인 400만 kW 아래로 떨어졌다. 이마저 민간 발전기 가동, 기업체 협조 등을 통해 수요를 300만 kW 이상 줄여 나온 결과다. 올해 가장 더운 날씨는 8월 초순에, 전력수요 피크는 휴가 시즌이 끝나는 8월 하순에 올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이 고갈되는 블랙아웃이 우려된다.

현재 전력 공급능력은 약 7700만 kW로 작년 최대 공급능력보다 200만 kW 낮다. 고리 원전 1호기 등의 가동이 멈춰 있기 때문이다. 고리 1호기는 설계수명을 다한 후 수명 연장을 위해 국제기준에 따라 안전성 평가가 이뤄졌다. 객관성 확보를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토까지 거쳐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재가동을 승인받았다. 하지만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대로 가동을 미루고 있다. 최근 발생한 원전 관련 비리는 척결 대상임이 분명하지만 원전 재가동은 국가적인 전력 수급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 정책을 재검토하던 일본도 후쿠이 현 오이 원전 3, 4호기를 재가동하고 있다. 현재 운전 중인 전 세계 원전의 33%가 고리 원전처럼 계속운전 승인을 받은 것들이다. 고리 발전소를 놀려도 될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이나 겨울철에 전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발전소를 무작정 새로 만들 수는 없다. 전력예비율은 내년까지는 불안하지만 현재 건설 중인 발전소들이 완공되는 2014년에는 6.6%로 다소 여유가 생긴다. 피크 전력수요에 맞춰 발전 설비를 갖추면 평시에 노는 설비가 많아져 발전 단가가 비싸진다. 당면한 전력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절전(節電)이 중요하다. 이달부터 문을 열고 냉방하는 상점에 대한 단속이 시작됐지만 일반 가정이나 상가의 절전 동참은 미미한 수준이다. 절전이 곧 발전이다.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를 하던 마음으로 국민적인 절전 동참을 이뤄야 한다.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전력수요 조절에 근본적 한계가 있다. 석탄 석유 가스를 태워 전기를 생산할 때 에너지의 60%가량이 상실돼 전기는 ‘가장 생산원가가 비싼 고급에너지’인 셈이다. 전기 가격이 석유나 가스보다 싼 ‘가격 역전(逆轉)’ 현상 때문에 전기를 땔감처럼 흥청망청 쓰고 있다.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고 절전 인센티브를 확대해 전력 사용의 비효율을 걷어내는 일이 시급하다.
#사설#원전#고리원전#전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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