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금룡]당신의 노후는 안녕하십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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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룡 상명대 가족복지학과 교수
이금룡 상명대 가족복지학과 교수
최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이 공동 개발한 노후준비지표를 전국의 성인 남녀(만 35∼64세)를 대상으로 예비조사한 결과, 일반 국민의 노후 준비 점수는 100점 만점에 55.2점으로 매겨졌다. 또 지난해 복지부의 국민인식조사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53.7%가 노후 준비를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조사 결과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교육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노후준비, 경제-건강관리에 편향

필자가 은퇴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은퇴 후 사회 참여와 여가생활에 대해 강의할 때마다 수강자들의 반응이 시큰둥한 것을 자주 느낀다. 강의를 기획한 주최 측도 내용을 충실하게 해 달라는 것보다는 재미있게 강의해 달라는 부탁이 우선이다. 수강자들에게는 은퇴 후 재취업이나 창업, 자산관리와 건강관리가 주요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강의를 하면서 수강자들에게 일상에서 일과 여가생활이 차지하는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본다. 대부분의 수강자는 80∼90%가 일, 10∼20%가 여가라고 대답한다. 한국인 특유의 일 중심 문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질문은 이어진다. 은퇴 후 일과 여가생활의 비율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확실한 것은 현재보다 은퇴 후에 여가생활의 비율이 훨씬 높아진다는 것이다. 또 은퇴로 인해 주요 생활기반이 직장에서 지역사회로 급격히 변하게 된다. 이들은 순간 당황스러워한다. 은퇴 후 변화되는 일상을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지 그다지 깊게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이처럼 우리 사회는 노후 준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고, 경제적 측면과 건강관리에 편향된 반쪽짜리 노후 준비가 전부인 것처럼 각인되어 있다.

정부는 베이비붐 세대의 생애 전환기 노후설계교육과 맞춤형 노후설계서비스 지원이 핵심 정책과제인 노후생활지원법을 제정할 것이라고 15일 발표했다. 대부분의 은퇴교육은 은퇴 예정자를 대상으로 퇴직에 따른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전환학습이나 은퇴 이후의 창업 및 재취업과 같은 경제활동을 위한 전직 지원 프로그램, 은퇴 후 자산관리 및 건강관리 등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주로 기업이나 금융기관, 민간컨설팅기관에서 이러한 은퇴교육이 진행된다.

하지만 노후설계교육은 노년기 이전 단계의 중장년층은 물론이고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통합적인 관점에서 노년기의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측면의 변화와 이에 대한 성공적인 대응을 현시점에서 어떻게 준비하고 계획해야 하는지를 알려줘야 한다. 궁극적으로 생애 단계별로 노후를 준비하는 이른바 ‘생애설계교육’의 의미를 지닌다. 20대 대학생에게 취업도 하기 전에 은퇴교육을 하는 것은 난센스로 보일 수 있지만 20대 대학생에게도 노후설계를 위한 교육은 필요하다. 은퇴 예정자에게 적합한 맞춤식 노후설계교육이 은퇴교육이 된다.

사회참여 등 총체적 내용 포함돼야

노후생활은 이전 생애주기의 다양한 경험과 변화 과정의 궤적에 영향을 받는다. 노후설계교육은 활기차고 보람된 노후를 보내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는 과정이며, 재정적인 준비와 건강관리의 측면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 학습과 여가, 사회참여, 주거 등 삶의 총체적인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노후설계교육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자신이 처한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미래의 노후생활을 적극적으로 설계함으로써 노년기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사회적 차원에서는 향후 초고령사회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선제적 대응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정부의 발표는 이런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전문인력 양성 및 자격관리, 전담기구 구축, 서비스 전달체계 확립 등 정책 추진의 실효성을 갖추기 위한 마무리 작업이 잘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이금룡 상명대 가족복지학과 교수
#보건복지부#국민연금공단#노후준비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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