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지원, ‘박근혜-박태규 접촉 주장’ 지금 근거 대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5일 03시 00분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 씨를 만난 적이 있느냐를 놓고 공방이 뜨겁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박근혜 전 위원장이 박 씨를 수차례 만났는데 이 만남이 저축은행 로비에 어떤 작용을 했는지 의혹을 밝혀야 한다”면서 검찰 수사를 요구한 것이 발단이다. 박근혜 전 위원장은 “박 씨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고 만난 적도 없는데 계속해서 허위로 네거티브를 하고 있다”면서 박지원 위원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어제 “박지원 위원장과 박태규 씨가 가깝다”고 주장한 박근혜 전 위원장 측 인사 2명을 맞고발했다.

지난날 대통령 선거 때마다 흑색선전이 난무했다. 2002년 대선 때 민주당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겨냥해 아들의 병역비리 은폐설, 측근의 20만 달러 수수설, 부인 한인옥 씨의 기양건설 로비자금 10억 원 수수설을 터뜨렸다. 선거 후 법원판결을 통해 모두 사실무근으로 결론 났지만 유권자들은 진실을 모른 채 투표장에 갔다. 일부 유권자는 흑색선전에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 흑색선전은 민의(民意)를 왜곡해 선거민주주의를 짓밟는 범죄다.

박지원 위원장 측은 박근혜-박태규 접촉에 대해 복수의 인사가 진술한 내용도 있고, 증언해 줄 제3자의 진술이 담긴 녹취록도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증거 공개에 대해서는 “그런 자료가 있더라도 왜 지금 그걸 내놓겠느냐”고 거부한다. 진실 규명보다는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전 위원장을 흔들겠다는 의도가 감지된다. 야권은 ‘진위를 가리기 어려운 녹취록’으로 재미 봤던 추억을 잊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대선 주자는 행적, 도덕성, 자질을 검증받아야 한다. 그러나 상대방에 대한 공격과 검증은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흑색선전으로 판을 흔들려는 기도(企圖)가 이번 대선에서도 통해서는 안 된다.

박지원 위원장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지금 내놓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나쁜 의도를 의심받을 것이다. 박지원 위원장은 1월 9일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관련 ㅂ 의원, 저는 아닙니다”라며 “근거도 없는 음해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이제 그 말을 자신에게 해야 한다. 박근혜 전 위원장 측도 5년 전 이명박 후보를 둘러싼 BBK 의혹과 관련해 ‘적법한 정보채널로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서’ 보도에 신중을 기했던 언론을 향해 “이명박 편”이라고 몰아세우며 행패까지 부린 과거가 있음을 되새겨야 한다.
#박지원#박근혜#박태규#부산저축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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