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의 민항기 GPS 무차별 교란은 反인륜 테러

  • 동아일보

국내 상공을 비행하는 민간항공기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혼란에 빠뜨리려는 전파 교란이 6일째 계속되고 있다. 어제까지 국적 항공사 소속 329대와 외국 항공사 소속 14대, 미군 군용기 1대가 GPS 교란을 당했다. 민항기를 상대로 한 무차별 전자전은 세계 테러 사상 유례가 없다. 민간항공기들은 관성항법장치(INS)와 전방향 무선표지장치를 주로 활용해 비행하고, GPS는 보조장치로 사용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운항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최악의 사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자칫하면 수백 명이 탑승한 민간항공기가 추락하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GPS 교란의 진원지로 북한을 지목했다. 국토해양부 의뢰로 조사를 진행한 방송통신위원회 측은 “GPS 교란 전파가 북한에서 온 것으로 감지됐다”고 밝혔다. 북한은 2010년 8월과 작년 3월에도 우리 항공기를 상대로 GPS 교란을 시도했다. 북한은 50∼100km 범위에 있는 GPS를 교란할 수 있는 이동식 장비를 2년 전 러시아에서 도입해 우리 항공기를 공격할 채비를 갖췄다. 북한은 지난달 23일 “혁명무력의 특별행동이 곧 개시된다”며 대남(對南)도발을 예고했다. GPS 교란은 북한이 예고한 여러 형태의 도발 가운데 하나일 가능성이 있다.

통신과 정보시스템을 뒤흔드는 전자전도 군사력을 이용하는 것에 준하는 심각한 도발이다. 이번 GPS 교란 피해는 과거보다 훨씬 크다. 2010년과 2011년에는 간헐적인 GPS 교란으로 각각 14대와 106대의 항공기가 혼란을 겪었다. 이번에는 6일째 교란이 지속돼 피해 항공기가 300대를 넘는다. 가만히 있으면 북한은 신이 나서 더 강도 높은 공격을 할 것이다. 항공사에 교란 사실을 통보하는 소극적 대응만으로는 민간항공기를 겨냥한 북한의 테러 기도를 저지할 수 없다.

북한의 행태는 국제적으로 용인되지 않는다. GPS 교란은 유해한 혼선을 금지한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헌장에 위배된다. 민간항공기 공격은 북한도 1977년 가입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협약에 저촉된다. 정부는 ITU 및 ICAO와 북한의 테러 기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국제사회와 힘을 합쳐 GPS 교란을 저지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GPS 교란 테러를 계속 자행하면 그에 합당한 응징을 해 못된 버릇을 고쳐 놓아야 한다.
#민간항공기#GPS#전파 교란#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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