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전에 이것만은…/김해성]인종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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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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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한국인 여성과 결혼하고 귀화한 그가 비례대표 신청을 했다. 하지만 당선 순위에서 벗어나면서 국회 입성은 실패했다. 당선권이었다면 귀화 한국인으로선 최초의 국회의원으로 기록됐을 것이다. 이후 청와대는 그를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임명했다. 대한민국 공기업 최초의 귀화 한국인 사장이 되면서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독일에서 온 ‘베른하르트 크반트’,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이야기다.

한국인 남성과 결혼하고 귀화한 그녀가 비례대표 신청을 했다. 결국 당선권 순번을 받으면서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귀화 한국인으로선 최초의 국회의원이 된 것이다. 그녀는 다문화가정을 주제로 다룬 영화 ‘완득이’에서 엄마 역할을 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500만 흥행 돌풍과 함께 국회 입성으로 일약 신데렐라가 됐다. 필리핀에서 온 ‘자스민 바쿠어나이’, 이자스민 새누리당 비례대표 당선자의 이야기다.

이자스민 당선자에 대한 공격이 가혹할 정도다. 이참 씨가 사장에 임명된 2009년 당시는 물론이고 사장 재직 4년에 이른 지금까지도 그에 대한 여론은 호의적이거나 최소한 중도적이다. 그런데 이자스민 당선자에겐 뭇매를 가하고 있다. 귀화 한국인으로 첫 국회의원이 된 데 따른 통과의례일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의 인종차별이 불러온 비겁한 이중성이 원인이다. 이참 사장처럼 선진국 출신이며 백인이고 남성이라면 과연 뭇매를 가했을까? 이자스민 당선자가 가혹할 정도로 공격을 당한 배경은 가난한 필리핀 출신인 점과 검은 피부색, 그리고 여성이기 때문이고, 인종차별 때문이라고 본다.

20년 넘게 외국 이주민들의 노동문제 상담을 하면서 특이한 점을 발견하게 됐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폭행 문제로 찾아오는 경우가 있는데 러시아나 이란, 이집트 사람들에게는 그런 일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아마 피부색이 희기 때문이리라. 그 대신 동남아시아계는 종종 폭행을 당하는데 피부색이 좀 더 검고 체격도 왜소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실을 보면서 한국인 의식 속에는 피부색에 대한 차별이 분명히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

그래서인지 아프리카 출신 흑인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왔다고 둘러댄다. 아프리카에서 왔다고 하면 ‘깜×이’(정말 써서는 안 되는 표현이다)라고 놀리며 손가락질을 하지만, 미국에서 왔다고 하면 ‘영어를 배울 수 없느냐?’고 물어온다는 것이다. 피부색에 대한 차별의식도 초강대국 미국인 앞에서는 위력을 잃는 우리의 초라한 모습이다.

프랑스어학원 강사로 일하다 부당해고를 당한 프랑스 청년 다섯 명이 찾아왔다. 그 청년들에게 “한국에서 외국인이기에 받은 차별이 있느냐?”고 물어봤다. 그들은 학원업주와는 갈등 관계였지만 일반 한국인들에게선 과분한 우대를 받았다고 했다. 백인이기에, 선진국 프랑스 사람이기에 그랬을 것이라고 답을 했다.

한번은 러시아 여성이 임금체불 문제로 찾아와 상담을 청했다. 자신은 유치원에서 영어를 가르쳤다고 했다. 러시아 사람이 어떻게 영어를 가르쳤는지 물었다. 자신은 영어를 조금밖에 못한다고 했지만 유치원 원장이 “당신은 백인이고 금발머리를 가졌으니 배워 가면서 가르쳐도 된다”며 채용을 했다고 한다.

현재 함께 근무하고 있는 스리랑카 직원의 말은 폐부를 찌른다. “버스와 지하철에서 우리가 좌석에 앉으면 옆자리 승객들이 다른 곳으로 피해 버리지요.” 한번은 옆자리에 앉은 아이가 엄마에게 물었다고 한다. “엄마, 이 아저씨 왜 새까매?” “목욕을 안 해서 그런 거야.” 이 친구는 얼굴이 빨개져서 옆 칸으로 피해 버렸다고 한다.

10여 년 전 필자는 크레파스와 물감의 ‘살색’이라는 이름을 바꾸자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우리에겐 살색일 수 있지만 피부색이 희거나 검은 사람에겐 살색이 아니다. 우리 색만 살색이라고 주입받은 결과 피부색이 좀 더 검으면 사람도 아니라는 의식이 생성된 것은 아닐까. 지금은 살색이 없어지고 ‘살구색’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피부색에 대한 편견은 여전하다. 이제 제발 천박한 피부색 차별을 떨쳐 버리자. 죽기 전에 꼭! 피부색에 대한 차별이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김해성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죽기전에 이것만은…#김해성#인종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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