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MB 목 밑까지 올라간 측근 비리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4일 03시 00분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서울 양재동의 2조4000억 원대 복합유통센터 ‘파이시티’ 개발사업과 관련해 “고향 후배인 (브로커) 이모 씨로부터 돈을 받아 2007년 이명박(MB) 대선후보 캠프에서 여론조사 비용 등으로 썼다”고 밝혔다. 파이시티 이모 대표는 사업의 인·허가가 지연되자 브로커 이 씨를 통해 2007∼2008년 최 전 위원장에게 10억 원 이상의 로비 자금을 건넸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연루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최 전 위원장은 대가성이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개발 일정이 지연돼 금융 압박을 받고 있던 기업인이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유력 대선후보의 측근에게 거액을 건넸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 전 위원장은 올해 1월 자신의 정책보좌관 정모 씨의 비리 의혹에 도의적 책임을 진다며 방통위원장직에서 사퇴했다.

이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은 7억 원 차명계좌 및 저축은행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어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 여부가 국민적 관심이 됐다. 이 의원은 현 정권 출범 이후 ‘만사형통(萬事兄通·모든 일이 형과 통한다)’이라는 신조어를 낳았던 장본인이다. 그에게 엄청난 힘이 실렸던 것은 동생이 대통령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의원은 “동생은 동생이고, 나는 나”라며 2008년 4월 국회의원 출마를 강행했고, 올해 총선에까지 출마하려다 비리 연루 의혹이 불거지자 포기했다.

최 전 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정치 멘토 역할을 했던 대통령 주변 원로그룹의 일원이고, 박 전 차관은 이 대통령 및 이 의원의 최측근으로 한때 ‘정부 내 왕(王)차관’이란 별명을 가졌던 실세였다. MB 정권을 둘러싼 비리 의혹이 대통령 목 밑까지 올라갔다는 것만으로도 정권의 불행이다.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탄생한 정권이 이런 비리 의혹을 낳은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국민이 현 정권에 국정을 맡긴 것은 권력의 전리품을 챙기라는 뜻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대통령 측근들이 비리 의혹의 장본인으로 떠올랐으니 “내 주변은 깨끗하다”던 이 대통령의 말이 공허할 뿐이다. 국민이 정권을 향해 그토록 도덕성을 요구했건만 대통령 측근들부터 “나는 괜찮겠지” 하며 비리에 빠져들었다면 개탄할 일이다. 대통령은 도대체 주변 관리를 어떻게 했는가.
#사설#이명박#최시중#파이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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