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 대통령이 ‘시골 사람’이라던 건평 씨의 비리 행진

  • 동아일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 씨가 비리 혐의로 다시 검찰에 소환될 처지에 놓였다. 창원지검은 노 씨가 2007년 초 경남 통영의 S산업이 공유수면 매립면허를 받아내는 과정에 개입해 통영시를 상대로 로비를 해주고 S산업에서 거액의 차명 주식을 받은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다. 노 씨가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이 사건의 공범 1명을 이미 기소해놓아 혐의를 확인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검찰은 S산업 설립자의 횡령 배임 혐의를 수사하면서 수상한 돈의 흐름을 추적하다가 노 씨의 혐의를 포착했다. 노 씨가 2007년 초 통영시장을 만나 공유수면 매립에 관한 청탁을 한 사실은 확인됐다. 노 씨와 동향인 S산업 부사장 출신 브로커 이모 씨는 노 씨의 도움을 받기 위해 노 씨의 사돈 강모 씨를 끌어들여 S산업 지분 30%를 넘겼다. 검찰은 노 씨가 강 씨 명의로 지분을 받아 현금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비리 때문에 교도소에 수감됐던 노 씨는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 참석차 일시 출소했던 2009년 5월 S산업 주식을 매입한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 강 씨 명의로 9000만 원을 S산업에 송금한 사실도 파악됐다. 일시 출소한 상태에서 다른 비리를 저질렀으니 질이 나쁘다.

노 씨는 노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03년 9월 대우건설 남상국 사장에게서 연임 청탁과 함께 3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2004년 6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럼에도 노 씨는 자숙하지 않고 이듬해인 2005년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때 정대근 당시 농협중앙회장에게 로비를 해주고 약 30억 원을 받은 사실이 노 대통령 퇴임 후 드러나 2008년 12월 구속됐다. 그는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돼 수감 생활을 하다가 2010년 8·15 특별사면으로 형기를 10개월 남겨두고 풀려났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3월 남 사장 연임 청탁과 관련해 노 씨를 “시골에 있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며 형에게 접근한 남 사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해 자살하도록 몰고 갔다. 노 씨는 어수룩한 시골 노인 행세를 하며 뒤로는 교묘하게 비리를 저질렀다. 노 씨의 소환은 총선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지만 검찰은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고 원칙대로 수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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