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이목이 서울에 쏠리고 있다. 서울에서 26, 27일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리기 때문이다. 세계 53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이번 핵안보정상회의 규모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두 배를 넘는다고 하니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짐작할 수 있다. 이는 2010년 G20 정상회의에 이어 다시 한 번 국제사회에 우리나라의 국격을 알릴 수 있는 기회다.
이번 회의 참석자들과 세계 유수 언론에 비칠 우리 모습은 어떨까. 봄을 맞아 아름다운 꽃들과 멋쟁이들이 넘쳐나는 생기발랄한 서울의 거리는 세계 어느 도시보다 매력적일 것이다. 또한 높은 빌딩숲과 최첨단의 정보기술(IT) 인프라, 화려한 쇼윈도를 보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거듭난 대한민국의 놀라운 발전상에 새삼 감탄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습은 선진국의 모습이라고 하기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선진국의 거리는 활기차지만 질서 정연하고, 개성이 존중되나 타인을 배려하는 에티켓이 있으며, 무엇보다 높은 법질서 준수의식이 있다.
우리는 눈부신 성장의 외형에 비해 스스로를 자신 없게 하는 모습이 있다. 바로 낮은 법질서 준수의식이다. 우리 주변엔 아직도 음주운전과 과속운전 등 법규를 위반하고도 부끄러워하기보다 이를 무용담처럼 말하는 운전자가 있다. 교차로 꼬리 물기 등 기초질서 위반은 사소하게 여기기 일쑤다.
이처럼 낮은 법질서 준수의식은 높은 교통사고율의 주요 원인이다. 교통사고로 2010년 한 해에만 5000여 명이 사망하고 32만여 명이 부상했다. 자동차 1만 대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30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이는 국가 경쟁력 하락의 주요 원인일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와 비교해도 부끄러운 모습이다. 이에 준법의식을 높이고 교통사고율을 낮추기 위해 2008년부터 교통사고 사상자 절반 줄이기를 국정과제로 정해 추진하고 있으나 목표한 3000명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법질서 준수의식을 높이려면 정부의 노력에 더해 국민의 관심과 참여가 있어야 가능하다. 우선 정지선 지키기 등 기초질서 지키기부터 시작해 보자. 정부와 국민이 힘을 합쳐 도로 위의 법질서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면 교통사고 사망자를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리는 이틀간 수도권에서 자율적 차량 2부제가 시행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은 26일 자동차 등록번호판 끝자리 번호가 짝수인 차만, 27일은 홀수인 차만 운행한다. 정상회의 기간에 교통 혼잡이 예상되는 만큼 행사장 주변 기관과 기업체 관계자는 물론이고 수도권으로 출근하는 일반 시민도 차량 2부제에 적극 동참해 건강한 시민의식을 보여주자.
한편 정상회의는 4·11총선 기간과 겹쳐 각국 참석자들이 우리의 선거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확성기를 크게 튼 유세 트럭과 무질서하게 나붙은 선거홍보물로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 없기를 기대해 본다.
모쪼록 이번 정상회의가 법질서를 준수하는 문화를 뿌리내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정상회의 참석자들이 눈부신 경제성장뿐 아니라 법질서도 잘 지키는 나라로 대한민국을 기억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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