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더 친박化’ ‘더 친노化’ 감동 없는 양당 공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6일 03시 00분


새누리당은 4월 총선의 전략공천 지역으로 서울 영등포갑, 성동갑을 포함한 13곳을 추가 지정하고 2차 공천 대상 81곳, 경선 지역 47곳을 발표했다. 25% 컷오프 규정 등에 걸려 탈락했거나 공천이 보류된 현역 의원 중에는 친이(친이명박)계가 많아 ‘친이 죽이기’라는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친이계의 핵심인 이재오 의원은 공천 관문을 넘었지만 이 의원과 가까운 현역 의원들은 대거 탈락했다. 공천이 보류된 진수희 전여옥 의원과 탈락한 권택기 의원이 대표적이다. 친이계 중진인 안상수 전 대표도 공천이 보류됐다. 2008년 총선 당시 친이계가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이던 김무성 의원을 공천에서 떨어뜨리는 바람에 공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이런 파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번에는 이재오 의원과 나머지 의원을 분리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친이계 퇴조가 뚜렷해지면서 당을 장악한 친박계 색채는 더 짙어지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공천위)는 친이계 의원의 탈락 경위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일부 친이계 의원들을 공천에서 배제하기 위해 공천위가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내밀한 공천 과정을 다 밝힐 수 없는 어려움도 있겠지만 당 지도부가 ‘사전 각본에 따른 밀실 공천’이라는 비판을 듣지 않으려면 공천 잣대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민주통합당의 4차 공천 결과 호남 지역에서 강봉균 김영진 신건 조영택 최인기 의원 등 6명이 탈락했다. 이들은 친노(친노무현) 성향 지도부가 강조하는 ‘정체성’과 결이 다른 관료나 친민주계 인사들이다. 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는 광주 서갑을 여성 전략공천 지역으로 정해 한명숙 민주당 대표와 인연이 있는 인사들을 경선 후보자로 선정하려다가 당내 반발에 부닥치자 보류 지역으로 돌렸다. 호남권에선 호남 물갈이가 친노 세력 확대를 위한 지렛대로 쓰인다는 불만이 나온다.

민주당 공천에서는 임종석 사무총장의 거취가 ‘화약고’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1심에서 비리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은 임 총장을 공천하면서 다른 예비후보들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것은 분명한 이중 잣대다. 임 사무총장이 한 대표 체제의 핵심인 만큼 사천(私薦)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공천권을 장악한 주류가 내 편을 살리고 남의 편을 손보는 과정에서 ‘친박화(化)’ ‘친노화’가 심해지고 있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공천과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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