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방형남]2015년 안보시계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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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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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형남 논설위원
방형남 논설위원
이명박 대통령이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의 ‘말 바꾸기’를 거론하며 제주 해군기지 반대파를 비판했다. 그걸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면 중대한 오산이다. 5000만 국민이 직면한 안보환경은 국가안보 최고책임자가 야권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으로 어물쩍 넘겨도 좋을 만큼 한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5년 12월, 그러니까 3년 9개월 앞으로 바짝 다가온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생각하면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안보 전문가들은 말한다. 우리 군이 전작권을 자주적으로 행사하는 데 대비하기 위한 국방개혁은 국회의 덫에 걸려 무산 직전이다. 중국의 급팽창은 시진핑 부주석의 미국 방문을 미-중 충돌의 예고편으로 읽어야 할 정도로 이미 우리 안보에 충격을 주고 있다. 북한 김정은 집단의 계속되는 무력공격 협박도 심상치 않다.

전시작전권 전환 준비 시간이 없다


비록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았지만 이 대통령이 올 한 해 안보태세를 어떻게 갖추느냐에 따라 국가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전작권 전환 준비의 책임을 차기 대통령에게 다 떠넘기면 시간 부족으로 ‘구멍 뚫린 전환’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

현재는 한반도에서 대규모 전구(戰區) 작전이 벌어질 경우 미군이 주도하고 한국군은 지원만 할 수 있다. 2015년 한국군이 한미연합사의 기능을 인수해 평시뿐 아니라 전시에도 작전을 홀로 수행하려면 상부지휘구조와 지휘체계를 전투형으로 정비해야 한다. 이를 위한 준비가 바로 국방개혁이다. 지휘체계를 정비하고 새로운 한미 연합방위 작전계획을 적용해 검증과정을 거치려면 최소 3년 정도 필요하다. 이 대통령이 2015년에 직면할 안보상황의 의미를 깊이 알고 있다면 올해 안에 국방개혁이 시작될 수 있도록 몸을 던져야 한다.

사흘 전 필자는 한국 최초의 이지스함 세종대왕함에 올랐다. ‘꿈의 함정’으로 불리는 이지스함의 위용은 대단했다. 2m 안팎의 파도가 몰아쳤지만 7600t급 이지스함은 멈춰 있다고 착각할 정도로 고요하게 제주 앞바다를 항진했다. 세종대왕함은 1000여 개의 표적을 한꺼번에 탐지 추적해 그 가운데 20개의 목표를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투능력을 갖추었다. 2009년 4월 9일엔 북한이 발사한 대포동 미사일을 최초로 포착해 해군의 위상을 높였다.

그러나 현재 해군이 보유한 이지스함 두 척은 이산가족 신세다. 세종대왕함이 부산기지에 기항하면 율곡 이이함은 진해로 가야 한다. 부대가 갈라져 통합훈련도 어렵다. 머지않아 해군에 인도될 3번째 이지스함의 운명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해군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의 지연에 속이 탄다. 제주기지가 만들어지면 이지스함과 잠수함이 그곳으로 이동해 막강한 기동전단으로 뭉칠 수 있다.

제주기지는 수출입 물동량의 99.7%가 통과하는 제주 남방항로를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중국이 급속하게 해군력을 증강하며 이어도를 비롯한 우리 해양영토를 넘보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함정으로 부산에서 이어도까지 가려면 23시간이 걸리지만 제주에서는 8시간이면 출동할 수 있다. 중국 동해함대는 이어도까지 18시간이 걸린다.

MB, 제주기지 상황 직접 가서 봐야


제주기지의 완공 목표 시점도 2015년이다. 계획대로라면 공사가 30% 정도 진척돼 있어야 하는데 현재 실적은 16%에 불과하다. 기지 공사장에는 방파제 건설용 콘크리트 구조물이 빼곡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였다. 온갖 수단을 동원해 반대를 일삼는 시위꾼 때문에 국가안보가 흔들리고 있다. 경제에서 시간이 돈이라고 하지만 군에서 시간은 생명이다(Time is life).

군은 북한과 대적하면서 중국의 위협도 감지하고 있다. 대통령은 이 같은 ‘안보 체감’을 군과 공유해야 한다. 안보는 국방부도 해군도 아닌 군통수권자의 책임이다. 이 대통령은 제주기지 상황부터 직접 가서 봐야 한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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