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전에 이것만은…/강창균]돌아가신 어머니와 세계여행 떠나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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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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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서 이룰수 없는 꿈이라도 은혜 잊지않기위해 가슴속 간직
취업난에 낙심한 청년들에게 강연회 통해 용기 북돋고 싶어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나이가 들수록 간절히 보고 싶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은 소식조차 모르는 초등학교 시절 소꿉장난 친구가 보고 싶고, 중학교 때 엄했던 수학선생님도 만나고 싶다. 낙엽이 떨어지고 찬 바람이 불면 그 옛날 사람들이 더욱 보고 싶어진다. 그중 간절히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바로 어머니다.

어머니란 존재는 무엇일까. 단순하게는 나의 살과 뼈와 피를 만든 분이다. 그리고 정신과 마음을 만든 분이다. 하지만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어머니는 나의 존재의 근원이자 따뜻한 보금자리이고 아름다움 그 자체이고 사랑의 현신이다. 결국 어머니는 나 자신이다. 나는 그런 어머니를 늘 모시고 다닌다. 나의 지갑 맨 앞에 어머니가 있다. 늘 인자한 미소를 머금고 나를 바라보지만 현실에서 어머니를 만나지 못한다. 이미 하늘나라로 가셨기 때문이다.

죽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답은 가지각색이다. 이 세상 70억 명에게 각자의 꿈과 소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세상에는 70억 개의 소원이 있고 사람들은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 밤을 새워 공부하고 열심히 일을 한다. 그런데 그 버킷리스트는 거창한 것이 아닌 경우가 많다. 가족들과의 단란한 여행, 따뜻한 한 끼 식사, 친구들과 수다 떨기, 늙으신 아버지와 목욕탕 가기…. 행복은 위대하고 거창한 것에서 오는 게 아니라 사소한 것에서 온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그런 사소한 버킷리스트를 이루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실에 매몰돼 자신을 잊었기 때문이다. 더 많은 물질, 더 많은 욕망, 더 많은 명예를 추구하기 때문에 삶의 진정한 행복을 안타깝게 흘려보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거창한 소원이든 단순한 소원이든 자신이 이룰 수 있는 버킷리스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한없이 부러워진다.

나의 첫 번째 버킷리스트는 어머니와 함께 세계여행을 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소원은 이룰 수 없다. 내가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도 어머니는 내 곁에 계시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버킷리스트를 간직하고 있는 이유는 어머니를 향한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가난했던 시절 오직 아들의 성공과 행복을 위해 애쓰셨던 그 은혜를 늘 가슴속에 간직하고 어머니에게 받은 사랑의 일부라도 다른 사람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다.

두 번째 버킷리스트는 이 땅의 청춘들에게 꿈을 갖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더 많은 강연회를 통해 청년들에게 꿈과 용기를 가질 것을 나의 사례를 통해 들려주고, 앞으로 이 일을 더 체계적으로 짜임새 있게 진행해 청년 모두가 꿈을 이루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많은 청춘이 버거운 현실에서 꿈이란 말조차 사치스럽게 느낄지 모르지만 꿈조차 꾸지 않으면 그 꿈을 이룰 수 없기에 비록 현실의 무게가 감당하기 힘들 만큼 무거울지라도 기죽지 말고 버킷리스트를 통해 당당히 꿈을 꾸고 하나씩 이루길 바라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혼자만의 힘으로는 장미꽃을 피울 수 없다. 햇빛과 물과 공기가 있어야 꽃이 활짝 피어나듯 나의 따뜻한 배려와 베풂이 있어야 세상은 아름다워진다. 나는 그 베풂의 가치를 어머니를 통해 배웠다. 그렇기 때문에 어머니를 통해 다시 세상에 돌려주고자 하는 것이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내가 많은 사람의 삶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게 된 것도 어머니의 사랑과 그 사랑에 보답하고자 하는 버킷리스트가 있기에 가능했다.

인도의 독립운동가 자와할랄 네루는 “모든 사람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씻어주는 것이 나의 최대의 소원이다”라고 말했다. 비록 그 소원이 위대하기는 해도 우리 모두가 그런 소원을 이루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단지 꿈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작은 꿈을 이룸으로써 내 인생이 가치 있는 것이 될 때 세상은 그만큼 더 밝아지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마리 폰 에브너에셴바흐의 말이 더 가슴에 와 닿는지도 모르겠다.

“사람마다 자신의 꿈이 한 번도 실현되지 않았다고 해서 안타깝고 서글프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정말 안타깝고 서글픈 것은 한 번도 꿈을 꾸지 않은 것이다.”

강창균 미래에셋생명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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