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황당한 괴담과 선동, 민주주의 뿌리째 흔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4일 03시 00분


인터넷 공간을 점령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괴담’은 협정문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허무맹랑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친환경 학교급식, 국민건강보험을 지킬 수 없다” “수도 전기사업 등이 대규모 민영화되고 요금이 오를 것이다” 같은 주장은 황당무계하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트위터 인터뷰를 통해 한미 FTA를 둘러싼 각종 괴담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본부장은 “협정문 428쪽을 보면 학교급식에 우리 농산물을 사용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은 협정에서 아예 배제돼 있다(330쪽). 전기 수도 같은 독점 공기업을 설립 운영할 권한도 그대로 유지된다(401쪽)”라고 밝혔다.

한미 FTA 비준에 반대하는 야권이 막판 쟁점으로 제기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관련 괴담은 더욱 가관이다. “ISD는 국내 재벌이 미국 법인을 통한 투자로 공공서비스 사업을 사유화하고 싶어 하기 때문. 맹장수술 2000만 원이 현실이 됩니다” 같은 터무니없는 내용이 판친다. 그야말로 혹세무민(惑世誣民)이다. 건강보험은 한미 FTA 적용대상이 아니어서 미국 기업의 ISD 대상이 될 수 없는데도 이 내용을 잘 모르는 국민은 한미 FTA가 발효되면 맹장수술비가 2000만 원까지 오를까 봐 불안할 것이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수도 민영화로 물값이 폭등한 볼리비아 사례를 들어 국민 불안을 조장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볼리비아 사태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지만 근거 없는 소리다. 볼리비아는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도 않았고, 수도 민영화는 ISD와 무관하다. 집권 경험까지 있는 정당이 어쩌다가 이런 선동을 하는 것인지 개탄스럽다. ISD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까지 훼손하는 일이다. 노 정부 시절 ISD 담당 위원장을 지낸 신희택 서울대 교수는 “민주당에서 ‘노 전 대통령은 몰랐다’ ‘우리는 까막눈이었다’고 하는데 말이 되는가”라고 비판했다.

한미 FTA 반대 선동은 3년여 전 서울 한복판을 3개월 이상 마비시킨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소동을 닮았다. 당시 많은 국민은 ‘목숨을 걸고 광우병 쇠고기를 먹어야 합니까’라는 선동에 겁을 먹었다. 두 사건은 반(反)정부와 반미(反美)를 위해 국민 기만을 저질렀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왜곡된 메시지라도 목적만 이루면 그만이라는 행태는 공론(公論) 민주주의의 뿌리를 흔드는 죄악이다. 민주주의를 발전 정착시키려면 모든 국민 사이에 진실이 통해야 한다. 거짓이 진실을 압도하는 상황에서는 국민이 올바른 판단과 선택을 하기 어렵다. 국회라도 진실 위에서 국가 주요정책을 논의해야 할 텐데, 일부 야당 의원까지 거짓 선전 선동의 전위대로 나서고 있어 이 나라 앞날이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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