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토머스 프리드먼]하나의 국가, 두 개의 혁명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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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누군가의 실직을 지켜보는 건 괴로운 일이다. 그러나 자산 손실을 본 미국의 대형 은행들이 대량 인력 감축에 나선다는 최근의 기사들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나쁜 소식만은 아니다. 만약 월스트리트의 인원 감축으로 미국의 수학, 물리학 수재들이 금융공학이 아닌 과학 분야와 각종 현장으로 진로를 정한다면 나라의 미래는 더 밝아질 것이다.

자그디시 바그와티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의 표현을 빌려 보자. 본래 노후 산업을 대체하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기 위한 ‘창조적 파괴’에 투자해야 하는 월스트리트는 지난 10년간 ‘파괴적 창조’에 투자하는 습관에 젖어 있었다. 어느 기업이 더 많은 상품을 팔았는지에 기초한 투자가 아니라 아무런 사회적 가치도 없는 차입금융 상품 개발에만 골몰했다는 얘기다.

나는 2주 전 월스트리트에 있었고, 지난주에는 실리콘밸리를 다녀왔다. 놀랄 만한 차이가 있었다. 월스트리트가 사회혁명으로 흔들리고 있을 때 실리콘밸리는 또 다른 기술 혁명으로 변화 중이었다. 세계를 초고속망으로 연결하고 개인에게 무한한 자율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대형 컴퓨터가 데스크톱과 웹으로 대체된 이래 정보기술(IT)혁명의 가장 큰 도약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를 통해 기업과 사회의 작동 방식 전부가 바뀔 것이다.

최근 IT혁명은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트인, 그루폰, 징가 등 소셜미디어가 주도해왔다. 저렴한 무선 접속과 스마트폰, 수천 개의 애플리케이션을 업데이트할 수 있는 ‘클라우드’로 무장한 개별 사용자는 수많은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새로운 네트워크 회사인 니시라의 부회장 앨런 코언은 클라우드의 등장은 구글을 임대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클라우드는 혁신과 생산주기, 경쟁 등 모든 것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경영전문 월간지 패스트컴퍼니 10월호는 아이팟 나노의 본체를 화려한 색상의 손목 밴드에 접목한 디자이너 스콧 윌슨에 관한 기사를 다뤘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는 데 필요한 자금이 없었던 그는 개인의 창업을 돕는 소셜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트를 찾았다. 그는 2010년 11월 16일 자신의 아이디어를 킥스타트 사이트에 올렸다. 그러자 한 달 만에 50여 개국 1만3500여 명으로부터 약 100만 달러(약 11억5000만 원)가 모였다. 애플사는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을 즉각 매장에 내놓았다.

실리콘밸리에서 최근 교육 관련 인터넷 사업을 시작한 알렉시스 링월드(28·여)는 “자신을 ‘교정된’ 월스트리트 은행가라고 소개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다”며 “이들은 과거 경력을 포기하고 새로운 출발을 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 공급자인 마크 베니오프는 IT혁명의 현 단계를 소셜(Social)의 스펠링을 따서 정의했다. S는 빨라지는 속도(Speed), O는 회사나 국가 내의 열린 수용성을 의미하는 개방(Open), C는 작업 조직 내 사람들 간의 협동(Collaboration), I는 아이디어를 가진 개인(Individuals), A는 지향하는 방향으로의 정렬(Alignment), L은 이런 자산을 조화시킬 수 있는 지도력(Leadership)을 상징한다.

링크트인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와이너는 “IT혁명의 최대 장점은 누구나 어디에서든 저렴한 비용으로 쉽게 기업가가 될 수 있고 혁신적 사회간접자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게 닥친 모든 도전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런 혁신이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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