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육청을 인맥집단 만들고 검찰 출두한 郭 교육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6일 03시 00분


작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 후보 매수 혐의를 받고 있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어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주민 직선으로 선출된 수도 서울의 교육 수장(首長)이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은 2009년 차명 예금 4억 원 신고 누락으로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이 확정돼 불명예 퇴진한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에 이어 두 번째다.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모범이 돼야 할 서울시교육감이 불과 2년 만에 법을 어긴 혐의로 다시 검찰 수사를 받는 모습을 보며 참담한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는 4일 특별결의문을 통해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언론에 마구 흘려 민주진보세력을 거대한 부패집단으로 검찰이 매도하고, 수구언론이 이를 기정사실화하려 융단폭격을 퍼붓고 있는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침묵을 지켜오던 전교조가 본색을 드러냈다. 이번 사건의 검찰 수사는 후보 매수 제보를 받은 선관위의 고발로 시작됐다. 법을 어긴 정황이 포착되면 누구든 수사를 받는 게 민주사회의 법치다. 그런데도 사건의 본질을 멋대로 호도(糊塗)하고 있으니 전교조가 교육자집단이 맞는지 모르겠다.

곽 교육감은 작년 교육감선거 때 도움을 받은 인사 73명에게 서울시교육청의 자문위원 자리 120개를 내준 것으로 확인됐다. 자문위는 핵심 정책을 추진하는 통로로 활용됐고, 자문위에서 결정된 사안이 곧바로 교육감에게 올라갈 정도로 막강한 영향을 발휘했다고 한다. 자문위가 공조직을 능가하는 교육감의 비선 라인 역할을 한다는 것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 이 정도면 서울시교육청이 좌파의 진지(陣地)로 전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곽 교육감 취임 이후 전교조 교사 출신의 인사 특혜설도 흘러나온다. 전교조를 비롯한 좌파 세력이 곽 교육감을 끼고 도는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곽 교육감은 어제 검찰 출두에 앞서 “저의 선의(善意)가 범죄로 곡해되는 것에 대해 저의 전 인격을 걸고 진실을 밝히겠다”라면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 원을 준 것이 선의였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곽 교육감의 회계책임자였던 이모 씨는 작년 후보 단일화 선언 하루 전인 5월 18일 박 교수 측과 이면 합의를 맺은 사실을 시인했고, 그런 사실을 그해 10월 곽 교육감에게 알렸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계속 선의 운운하며 변명을 늘어놓는 곽 교육감은 자기가 손을 대면 범죄도 선행이 된다는 미망(迷妄)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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