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전에 이것만은…/이원복]독일 유학때 받은 혜택… 개도국 학생에 되갚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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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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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이원복 덕성여대 예술대학장
이원복 덕성여대 예술대학장
나는 1975년부터 10년 가까이 독일에 머물렀다. 지금은 달라져서 등록금을 받는 주(州)도 있지만 그때만 해도 극히 일부를 제외한 모든 학교는 국립이어서 등록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9년 넘게 고등교육을 독일에서 공짜로 받았다. 학비가 무료인 이유는 교육만큼은 돈을 받고 시켜서는 안 된다는 유럽인들의 사고 때문이다. 모든 교육비용은 국비로 충당되는데 대학생 한 명당 매년 수백만 원의 독일 국민이 낸 세금이 투입된다.

또 독일 유학 시절 종교기관에서 주는 장학금도 받았는데 학비가 없는 만큼 독일의 장학금이란 당연히 ‘생활비’였다. 그러니 나는 학비를 면제 받고 생활비까지 받아 공짜로 9년간 대학을 다닌 것이다. 이 점에서 나는 지금도 독일 국민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 국민이 돈이 넘쳐 나서 가난한 외국인 학생에게 학비를 면제해주고 장학금을 주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학비와 장학금 혜택은 가난한 외국의 학생들을 독일에서 가르친다는 인도적인 뜻도 있지만, 그 뒤에는 독일에서 공부시킨 학생들이 귀국하여 사회적으로 성장하면 아무래도 독일에 호의적이고 유리하게 활동할 것이라는 ‘친독(親獨) 성향 인사’를 양성하는 국제 외교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더 중요하듯 가난한 이웃을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끝이 없는 물자 지원보다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는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된 유일한 나라이다. 대한민국은 이제 암울하고 절망적이던 과거에서 일어나 선진 일류국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바로 지금 우리는 ‘어떠한 선진국가가 되느냐’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우리의 국가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연 미국처럼 ‘강하지만 미움받는 선진국’이 될 것인지, 아니면 일본처럼 ‘부자지만 존경받지 못하는 선진국’이 될 것인지, 또는 ‘세계로부터 사랑받고 존경받는 선진국’이 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도움받던 나라의 슬픔과 고통, 그리고 비약적인 경제 발전을 이룩한 경험을 고루 지닌 우리는 과거를 잊지 말고 아직도 가난 속에서 내일을 꿈꾸고 있는 우리들의 먼 나라 이웃나라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 나는 죽기 전에 독일 국민에게서 받은 혜택을 일부분이나마 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대상은 독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독일은 지금도 전체 유럽에서 아주 잘사는 선진국의 하나로 여전히 잘살고 있고, 내가 그들에게 입은 덕을 누구에겐가 되돌려 주려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이 나를 위해 투자한 세금은 그 보람이 있다고 믿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이 내게 베풀었던 그 혜택을 작으나마 우리보다 어려운 나라의 미래 영재들에게 돌리고 싶다. 가난하지만 내일을 꿈꾸고 열심히 노력하는 나라는 무수히 많다. 그런 나라에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양성된다면 이들이 자기 조국의 미래를 번영으로 이끄는 지도자가 될 것은 분명하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외국인 젊은이들이 유학 등으로 와 있다. 이제 대한민국이 세계의 관심 한복판에 서 있다는 증거다. 비록 가난한 나라에서 온 젊은이들이라도 일단 이곳에 와 있다는 것은 이곳에 올 수 있는 경제력에 닿아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개발도상국들에는 해외에서 공부하여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싶어도 경제 문제로 꿈조차 꾸지 못하는 우수한 젊은이들이 정말 많다. 나는 한 명이든 두 명이든 내 능력이 닿는 한 이런 가능성 있는 뛰어난 젊은이를 우리나라에 데려와 가르치고, 미래의 지도자로 키우고,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을 그들이 사랑하는 이웃으로 만들기를 원한다. 이것은 내가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이고 또 해야 할 일이며 그리고 추진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원복 덕성여대 예술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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