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저축은행 國調, 조사보다 보상 선심경쟁인가

  • 동아일보

국회의 저축은행 비리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그제 부산의 부산저축은행, 어제 전남 목포의 보해저축은행에서 현장조사를 했다. 여야는 저축은행 예금 또는 후순위채권 투자 피해자들에 대한 선심성 보상 경쟁을 벌이기에 바빴다. 제각기 법적 뒷받침이 되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구제 방안을 내세우며 인기몰이나 하려 들면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릴 수 있다.

저축은행 사태의 피해는 크게 두 가지다. 영업 정지된 저축은행의 예금자는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5000만 원까지 돌려받지만 초과분은 파산재단을 통해 저축은행 자산을 법정 순서와 비율에 따라 나눠 받는다. 현재 묶여 있는 5000만 원 초과 예금액은 총 2180억 원이다. 과거 파산 저축은행의 피해자들은 5000만 원 초과분 가운데 30% 정도만 돌려받은 전례가 있다. 후순위채권을 매입한 예금주는 보상순위에서 밀려 투자금을 떼일 수 있다.

한나라당은 부산과 목포에서 “예금자보호법을 개정해 한시적으로 5000만 원 이상 예금에 대해서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칙을 허물고 법을 고쳐 소급적용까지 하면 법치주의가 무너진다. 민주당 신학용 의원은 “한나라당 안(案)은 금융질서 전체를 왜곡한다”고 말했고, 우제창 의원은 “위헌 소지와 도덕적 해이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예금보험공사가 저축은행 피해자들에게 피해액을 선(先)지급하고 사후에 저축은행 자산 매각과 은닉재산 환수를 통해 정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나라당 측은 민주당 방안이 현실성이 없다고 반격한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와 예금보험공사가 환수 가능하다고 보는 부산저축은행 자산은 불법 대출액의 30%인 1조3500억 원으로 예금 및 투자자의 피해금액을 훨씬 상회한다. 환수 후 법에 따라 체납세금을 떼고 예보와 피해자들에게 적절한 비율로 나눠주게 되지만 피해의 완전 구제를 장담하기 어렵다.

여야가 이런 법 규정과 절차를 무시하고 지역구민들에게 선심을 사기 위한 비현실적 방안을 내놓는 것은 금융의 안정과 신뢰 회복에 역행하는 정략적 행태다. 후유증이 큰 선심성 보상 방안으로 피해자들을 거듭 우롱해선 안 된다. 국정조사 특위는 저축은행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가려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는 일부터 충실히 해야 옳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에서 있었던 저축은행 부실 감독과 비리 은폐 의혹을 정치적 거래로 묻어 버려선 안 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