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박제균]정치공학으로 본 차기 대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2일 03시 00분


박제균 정치부장
박제균 정치부장
‘정치공학(政治工學·Political Technology)은…인간의 생물적·심리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기계적으로만 보는 경향을 띠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네이버 백과사전)’

‘정치공학’이란 단어를 찾아본 것은 최근 공대 출신 지인이 불만을 토로하면서다. “공학은 순수 자연과학과 달리 인간의 편의를 위한 과학이다. 그런데 정치공학이란 말은 온통 기계적 비인간적인 의미로만 쓰인다.”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차기 대선이 어떻게 되겠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솔직히 답하자면 이렇다. “당신보다 내가 더 알고 싶다.” 그렇다고 이렇게만 대답할 순 없지 않은가. 이럴 때 가끔 정치공학적인 수사(修辭)를 동원한다. 주관적인 얘기를 해도 덜 주관적으로 들리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대선은 상수와 변수의 대결

따라서 지금부터 얘기하는 대선의 정치공학 또한 철저히 주관적이라는 점을 미리 밝힌다. 부득이 정치공학이란 용어를 쓰는 점에 양해를 구하면서.

①대선은 상수(常數)와 변수(變數)의 대결이다.

상수는 본격 대선가도 초반부터 자타가 인정하는 부동의 후보. 1987년의 노태우, 92년의 김영삼, 97년의 김대중, 2002년의 이회창 후보다. 2007년에는 대선 레이스 이후 부동의 지지율 1위였던 이명박 후보가 상수였다.

변수는 비교적 단시일에 부상해 상수에 도전한 후보. 정치 규제가 풀려 한꺼번에 대선에 나선 87년의 3김, 92년의 김대중, 97년의 이회창, 2002년의 노무현 후보다. 2007년의 변수는 박근혜 후보였다. 그해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미 대선 승부가 갈렸기 때문.

②상수는 대체로 직전 대선의 변수였다.

상수였던 92년 김영삼, 97년의 김대중, 2002년의 이회창은 직전 대선의 변수였다. 변수로서 도전과 검증 절차를 거쳐 다음 대선에 상수의 위치에 오른 것.

③변수의 부상(浮上)은 드라마를 동반한다.

짧은 기간에 대선 변수로 부상하려면 정치 드라마가 있어야 한다. 87년의 변수인 3김의 등장은 그해 ‘6월항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92년의 김대중은 사실상 정치야합에 가까웠던 3당 합당에 맞섰고, 97년의 이회창은 국무총리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2002년의 노무현은 서울 종로 국회의원 자리를 마다하고 부산에 출마해 ‘바보 노무현’의 신화를 만들었다. 2007년의 박근혜는 ‘차떼기 당’의 오명에 ‘탄핵풍’까지 뒤집어쓴 한나라당의 대표를 맡아 천막당사에서 풍찬노숙(風餐露宿)하며 2004년 총선 때 당을 구했다.

④상수는 대체로 변수를 이겼다.

87년 이후 5번의 대선에서 변수가 상수를 이긴 건 2002년 노무현 후보가 유일했다. 그만큼 변수가 상수를 뒤집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2002년 대선도 ‘노무현의 승리’라기보다는 당선은 따 놓은 당상이던 ‘이회창의 패배’라는 말이 나온다.

대선 드라마의 콘텐츠는 자기희생

자, 이런 대선 공학으로 차기 대선을 들여다보자. 먼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부동의 상수라는 데는 이론(異論)이 없다. 지난 대선의 변수였던 박 전 대표는 ②에 따라 상수가 됐다. ④에 따르면 차기 대선의 승자가 될 가능성도 높다. 그렇다면 변수는 누가 될까?

대선의 변수가 되려면 ③이 중요하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드라마를 만들 만한 후보감이 눈에 띄지 않는다. 물론 시간은 있다. 2002년 대선 1년 5개월 전까지 노무현 후보가 야당 대선후보에 이어 대통령까지 되리라고 보는 사람은 드물었다.

문제는 대선 변수로 부상하는 드라마의 콘텐츠가 자기희생이라는 점. 역대 대선이 그걸 말해준다. 정치공학으로 따져도 대권(大權)에 가장 가까이 가는 길은 자기희생에 있다. 그러니, ‘큰 꿈’을 꾸는 이들이여. 대선 장기판의 수 계산은 이제 거두고, 어떻게 자신을 내던질지부터 고민하라.

박제균 정치부장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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