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방귀희]정병국 문화부장관에게 부치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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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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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희 솟대문학 발행인
방귀희 솟대문학 발행인
장관님, 솟대문학을 아십니까? 지금부터 20년 전 솟대문학이 창간됐습니다. 문학을 너무 너무 좋아하는 문인들이 있었는데 장애 때문에 방 안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눈을 뜨면 펜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밤을 새워 글을 썼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우리의 글을 읽어주지 않았습니다.

저는 우리의 글을 사람들이 읽어줄 수 있게 책을 만들면 사람들이 우리를 인정해주고 우리 작품을 좋아해줄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죽을힘을 다해 ‘솟대문학’이란 문예지를 탄생시켰습니다. 창간 소식을 듣고 순식간에 전국에서 100여 명의 장애인들이 솟대 가족이 되겠다고 신청했습니다.

솟대문학이 20년을 버틴 것은 기적입니다. 우리는 돈도 없고 인맥도 없고 문단에서도 장애인계에서도 받아들여주지 않아 그 주변을 빙빙 도는 방랑자로 외롭게 살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떠날 수 없었습니다. 솟대문학을 애타게 기다리고 지독하게 사랑해주는 장애문인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20년 동안 솟대 가족은 800여 명이 됐고 솟대문학을 통해 3회 추천을 받거나 솟대문학상을 수상해 작가가 된 장애인이 400여 명에 이릅니다. 시인으로 수필가로 소설가로 초라한 장애인이란 이름 앞에 근사한 직함을 붙여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장관님! 우린 이렇게 열심히 노력했는데 ‘솟대문학’은 왜 외면을 당해야 하는 것일까요? 솟대문학상 수상자는 왜 신문에 이름 한 줄 실어주지 않는 것일까요? 솟대문학 행사를 19번이나 치르는 동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왜 한 번도 참석해주지 않는 걸까요?

장관님, 솟대문학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선정한 2011년도 우수 콘텐츠 잡지가 되었습니다. 선정 소식을 듣고 지난 20년의 고통이 싹 씻겨 내렸습니다. 솟대문학 20년이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7월 7일 오후 6시 서울 공군회관 사파이어홀에서 우리 솟대문학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입니다. 지난 20년간 어렵게 걸어온 솟대문학에 격려와 희망을 주지 않으시겠습니까?

솟대문학이 벌써 통권 82호를 발간합니다. 솟대문학의 소망은 제대로 된 원고료를 작가들에게 지급하는 것입니다. 우리 ‘솟대문학’ 작가들이 원고료 수입으로 식구들에게 근사하게 한턱 쏜다고 으스댈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솟대문학 작가들도 원고 청탁이 밀려 즐거운 비명을 지를 수 있는 날이 오도록 하고 싶습니다.

솟대문학의 목표는 통권 100호를 발행하는 것입니다. 제작비 걱정 없이 솟대문학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좀 지쳤습니다. 이제 편하게 문학을 즐기고 싶습니다. 그런 날이 꼭 오겠지요?

방귀희 솟대문학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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