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박카스와 비아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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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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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이래 인류가 만든 최고 발명품은? 비아그라라는 말이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한창이던 2008년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이 탈레반 반군들의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활용한 뇌물이 비아그라였다. “4알의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가 60세 부족장의 태도를 바꿔놓았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한국의 한 중소기업체 사장은 “원청업체의 나이 든 간부에게 저녁 식사 대접을 한 뒤 비아그라를 선물하면 약효가 그만”이라고 했다.

▷대한약사회가 의사 처방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비아그라를 약국에서 팔 수 있게 하라고 요구했다. 보건복지부가 이르면 8월부터 박카스를 동네 슈퍼에서 살 수 있게 하는 데 대한 반격이다. 박카스는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통틀어 매출 1위를 달리는 약국의 보물단지다. 작년 생산액이 1493억 원으로 국내 매출액 387억 원인 비아그라의 3배 규모나 된다. 하지만 비아그라를 약국에서 쉽게 살 수 있게 되면 박카스를 추월할지 모른다. 건강보험도 적용되지 않는데 병원 가서 이름 적고 처방받아야 하는 쑥스러움을 면할 수 있어 반색하는 남성이 많다.

▷박카스를 만드는 동아제약 측은 썩 달갑지만은 않은 눈치다. “진짜 피로회복제는 약국에 있습니다”라고 광고할 만큼 박카스는 일반 음료와는 다른 ‘약품’임을 강조했다. 약사들도 “박카스 세 병을 한꺼번에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며 부작용을 겁주고 있다. 그런 약사들이 비아그라에 대해선 “2층을 혼자 걸어 올라갈 수 있는 사람에게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대조적이다. 의사들은 “비아그라 잘못 먹으면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있다”고 소리를 높인다.

▷앨빈 토플러는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구별이 희미해지는 프로슈머(prosumer)가 가장 활발하게 전개될 분야로 의료를 꼽았다. 의료기기와 의약품의 발달로 환자 스스로 진단하고 치료가 가능해 의사와 환자의 구별이 희미해지는 분야가 늘고 있다. 발기부전을 진단하는 데 의사의 도움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발기부전 치료제의 부작용을 약사가 충분히 경고할 수 있다면 약국 판매를 못 할 것은 없다. 다만 남성들이여, 다음의 오래된 경구를 새겨들을 일이다. “약 좋다고 남용 말자.”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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