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윤종]KTX 불안감 해소보다 ‘입단속’ 급급한 코레일

  • 동아일보

김윤종 사회부
김윤종 사회부
“사고 원인을 잡아야지, 왜 내부 직원을 잡나요.”

코레일이 최근 KTX 열차의 부품 자료 사진을 언론에 공개한 직원에 대해 내부 감사를 벌이고 있다. 코레일은 “수도권 철도 차량정비단 노조지부장 A 씨와 조합원 등 2명이 9일 고양 차량기지 내에서 KTX 부품 사진을 무단으로 촬영해 언론에 제공했다”며 “허위사실 유포 행위와 무단으로 내부 정보를 유출하는 행위 등에 대해 민형사상 소송을 통해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에 공개된 사진에는 8일 진공과 소음으로 문제를 일으킨 부산발 서울행 KTX 열차의 엔진 모습이 담겨 있었다. 사진을 보면 엔진의 일부가 열에 녹은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사진이 왜곡되거나 조작된 것은 아니다. 실제 코레일 측은 당시 사고 원인에 대해 “엔진 베어링 일부가 열에 녹아 변형됐다”고 발표했다. 코레일 관계자도 “해당 사진은 8일 고장 난 KTX 엔진 사진이 맞다”고 밝혔다.

코레일이 직원 감사에 나선 진짜 이유는 내용의 문제라기보다는 감추고 싶은 치부, 즉 ‘고장 난 열차의 엔진 자료’를 유포한 행위에 괘씸죄를 적용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최근 KTX 사고는 이틀이 멀다 하고 일어나고 있다. 4일에는 서울발 부산행 KTX가 경북 구미에서 문이 열린 채 시속 300km로 달렸다. 6일에는 동대구발 서울행 KTX가 기계 오류로 갑자기 정지하는 등 이달 들어서만 무려 여섯 번의 열차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잇따르는데도 내부 입단속부터 챙기는 코레일의 모습은 안전문제에 둔감한 조직 분위기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기자는 열차사고를 취재할 때마다 “별 문제가 아니다”란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답변하는 코레일 관계자들을 자주 접했다.

사고가 계속되자 결국 코레일은 지난달 23일 “열차 정비를 항공기 정비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12일에는 “고속철 등 정비를 위해 열차 운행의 6%가량을 당분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를 믿는 시민은 별로 없다. 연이은 사고도 이유지만 본질과는 관계없는 엉뚱한 일에 힘을 빼는 코레일의 모습에 영 믿음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코레일 허준영 사장은 2월 25일 경기 화성시에서 KTX의 운행이 지연되자 “사고는 무슨, 사람이 다쳤나, 언론 보도가 불안감을 조성한다”고 말한 바 있다. 혹시 코레일의 이번 감사가 허 사장의 이런 평소 생각이 반영된 게 아닐까.

김윤종 사회부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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