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나오토 일본 총리 특별 기고]일본, 복구 그리고 新生의 길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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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은 관측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에 엄습당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대재해를 딛고 복구와 재건을 향해 온 국민이 총력을 기울여 대처하고 있습니다. 이번 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로 인한 사망자와 실종자는 외국인을 포함해 2만7000여 명에 이릅니다.

3월 11일 이후, 일본은 국제사회와 전 세계 친구들의 도움으로 꿋꿋이 버티고 있습니다. 일본 국민을 대표해 130여 국가와 40개 가까운 국제기구, 수많은 비정부단체와 전 세계의 여러분이 보내주신 크나큰 지원과 연대의식 표명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일본 국민은 전 세계의 벗들이 베풀어주신 ‘Kizuna(기즈나·정)’에 깊이 감사하면서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가장 먼저 긴급구조대를 파견하고, 많은 구호물자를 보내주셨습니다. 또 적은 용돈을 쪼개 성금을 낸 초등학생과 연금을 성금으로 보내주신 어르신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분이 마음을 담아 따뜻한 지원을 해주셨습니다. 대한적십자사 등을 통해 모은 의연금은 한국이 외국을 지원하기 위해 모은 금액 중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서울 등 주요 도시 곳곳에는 ‘일본 힘내라!’는 현수막이 내걸리고, 유치원과 초중고교생들은 진심 어린 위문편지를 수없이 보내는 등 마치 가족이나 친구가 피해를 당한 것처럼 힘찬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그중에는 멀리 제주도의 어린이들이 쓴 편지를 자전거를 타고 서울까지 와서 일본대사관에 전달해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이처럼 거국적이고 따뜻한 지원에 일본 국민을 대표해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일본 국민은 한국인들의 온정 어린 손길을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국제 원자력사고 평가등급상 가장 심각한 평가를 받게 된 사고가 일어난 것을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지극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현재 저는 시급한 사태 수습을 목표로 진두지휘하면서 글자 그대로 정부의 총력을 기울여 해결에 임하고 있습니다. 저는 원전 사고가 초래할 위험에 맞서 싸우기 위해, 첫째 원전 주변의 주민을 비롯한 모든 사람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둘째 철저한 리스크 매니지먼트(위험 관리)를 하며, 셋째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사태를 상정해 대응체제를 확립한다는 3원칙에 입각해 이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대응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방사성 물질의 해수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쏟고 있습니다. 원전 사고로 인해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식품 등에 대해서는 과학적 기준에 따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만반의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높은 예방적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있어 시장에 유통되는 일본 식품 및 제조물은 안전성이 확보되어 있습니다. 앞으로도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의 여러분도 안심하실 수 있도록 원전 사고와 관련한 모든 정보를 시시각각의 변화까지도 포함해 높은 투명성을 유지해가며 제공해 나가고자 합니다.

이번 원전 사고에 관해서는 향후 신속하고 철저하게 검증하고, 여기서 얻은 정보와 교훈을 세계와 공유해 이 같은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원자력의 안전성 향상을 위한 국제적 논의에 적극 공헌할 생각입니다. 또한 전체적인 에너지 정책 차원에서는 늘어나는 세계의 에너지 수요와 심각해지는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 필요성이 높아지는 양면을 고려하는 동시에, 청정에너지 개발과 이용의 적극적인 추진 등 세계가 직면한 에너지 문제의 해결 모델에 이바지할 비전을 신생(新生) 일본에서 세계에 제시해 나가고자 합니다.

이번 대지진과 거대한 쓰나미는 일본이 전후 직면한 최악의 자연 재해로서, 이 재해가 할퀴고 간 동일본의 복구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이 재해를 일본이 새로 태어날 ‘신생’의 소중한 기회로 삼고 ‘자연 재해에 강한 지역의 구축’, ‘지구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시스템의 구축’, ‘친인간적이며 약자(弱者) 친화적인 사회의 구축’을 3대 축으로 삼아 동일본에서 새로운 최첨단 사회 시스템을 세계에 제시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우리 일본인은 일찍이 전후의 불타버린 폐허에서 일어나 그 저력으로 눈부신 부흥을 이룩하고 오늘의 번영을 구축했습니다. 이번에도 반드시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부활하고, 신생하여 새로운 나라를 창조해 나가겠습니다. 그래서 다시금 국제사회의 발전에 공헌하는 나라가 되는 것이 국제사회가 일본에 보여준 ‘강한 유대’와 ‘따뜻한 정’에 부응하는 최고의 보답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미래의 꿈을 앞당겨 이룩하는 ‘미래 지향의 부흥’을 목표로 최선을 다해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해외에 있는 여러분께도 지속적인 지원과 협력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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