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등훈련기 인도네시아 첫 수출 의미 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3일 03시 00분


훈련용 군용기 교체를 추진해온 인도네시아가 한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을 우선협상대상 기종으로 선정했다. 수출이 최종 확정되면 한국은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초음속 군용기를 수출하는 나라가 된다. 인도네시아에 수출할 T-50은 모두 16대로 총 판매가격은 4억 달러에 이른다.

인도네시아는 T-50의 탁월한 성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한국은 순수 고등훈련기인 T-50과 함께 기총(機銃)과 레이더를 갖춰 무장 훈련이 가능한 전술입문기 TA-50도 함께 생산하고 있다. 이번 수출 과정에서 우리와 경쟁했던 이탈리아와 러시아는 훈련기만을 생산하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한국의 손을 들어준 것은 전술입문기를 같이 만드는 한국의 장점을 인정한 결과로 보인다.

T-50의 수출 길을 여는 데는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함께 정부도 큰 역할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훈련기와 잠수함 등 방위산업 분야의 협력을 약속해 T-50 수출을 지원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 관계는 올해 2월 국가정보원 요원들이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에 침입한 사건으로 위기를 맞아 T-50 수출이 좌절될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측은 협상 과정에서 숙소 침입사건을 거론하지 않았다는 소식이다.

T-50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가 훈련기를 수입할 때 이탈리아가 제작한 고등훈련기 M-346과 경합했으나 결국 이탈리아에 패하고 말았다. 이번 수출은 당시의 좌절을 뒤집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UAE는 이탈리아가 내놓은 투자 계획에 끌려 이탈리아 고등훈련기를 선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탈리아가 약속한 투자를 하지 않자 현재 도입 사업을 중단한 상태다. UAE가 재입찰에 나서게 되면 T-50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도 있다. 한국은 2009년 UAE에 원자력발전소를 수출하기로 계약한 상태다. 이에 따라 UAE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은 점도 기대감을 갖게 한다.

T-50은 한국항공우주산업과 미국의 록히드마틴이 공동으로 개발한 기종이다. T-50이 목표로 삼아야 할 나라는 세계 최대의 무기 시장인 미국이다.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초음속 스텔스기인 F-22와 F-35의 조종술을 익히려면 유일한 초음속 훈련기인 T-50이 적격이다. 정부와 방위산업계가 국제적인 경쟁력을 키우는 일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 우리 방위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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