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무함마드 엘에리언 핌코]동일본 대지진 복구, 한신 때와 다른 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일 03시 00분


무함마드 엘에리언 핌코 최고경영자
무함마드 엘에리언 핌코 최고경영자
경제 및 금융 측면에서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을 이해하려면 1995년 한신 대지진의 결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둘 다 엄청난 인명 피해와 물적 피해로 이어졌고 기민한 정부 대응과 전 세계 동맹국의 다양한 도움으로 이어졌다. 일상 경제의 피해도 컸다.

이번 대지진의 생존자 구호 작업은 거대한 재건 프로그램으로 이어질 것이다. 국내총생산(GDP)의 2%에 달한 한신 대지진의 재건 규모에서 보듯 엄청난 금액이 투입될 것이다. 피해 가정과 개인이 일상생활로 복귀하는 것을 돕기 위한 금융 지원이 이뤄지고, 도로와 주택 등 사회기반시설을 복구하고 업그레이드할 것이다.

이런 유사성 때문에 일부 경제분석가들은 2011년 일본의 경제 성장이 V자형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접근은 대지진의 대내외적 영향을 실제보다 축소할 수 있다. 이는 일본 정부와 민간, 그리고 다른 국가의 불충분한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일본의 점진적이고 견고한 회복을 지연시킬 수도 있다.

일본이 특별히 어렵고 불확실한 도전에 처해 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다섯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대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 핵 위기라는 이번 삼중 재앙의 경제적 피해는 한신 지진 당시의 두 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한신 지진과 달리 동일본 대지진은 일본 산업생산의 40%가량이 위치한 도쿄에 간접적인 영향을 줬다.

둘째, 일본의 공공 재정 상태가 1995년보다 취약하고 인구 구성 역시 긍정적이지 않다. 일본 공공 부채는 1995년 GDP의 85%였지만 지금은 205%에 이른다. 국채 신용등급은 16년 전 ‘AAA’였지만 지금은 ‘AA-’다. 재정 대응의 유연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셋째, 기준 금리가 제로 금리에 가깝다. 그 때문에 일본 중앙은행이 경제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펼 때 운신의 폭이 좁다.

넷째, 핵 불확실성이 자연 재해에 더해지면서 재건 노력이 더 힘들어지고 있다. 피해와 위험이 더해지면서 일본이 전력 발전 능력을 완전히 복구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잠재 GDP 성장률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식품 안전성 역시 우려된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외부 환경 역시 우호적이지 않다. 한신 대지진 이후 재건 기간은 중국의 경제 성장과 미국의 정보통신 혁명, 유럽의 정치 경제 통합에 따라 세계적으로 생산이 크게 늘고 수요 역시 풍성했다. 하지만 지금은 선진국의 총수요가 아직 세계 금융위기에서 회복 중이고 브라질과 중국 등 신흥경제국은 경제 과열을 막기 위해 감축정책을 사용할 기세다. 생산 쪽에서는 중동 사태의 결과 석유 가격이 치솟는 등 각국 정부가 물가 상승에 대응하고 있다.

이 같은 분석이 맞다면 일본의 재건 노력은 한신 당시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다. 부와 소득의 감소는 더 가혹하고 회복 과정은 더 길고 복잡할 것이다. 국내적으로 이런 상황은 최근 일본 정치에서 볼 수 없었던 통합과 결단력으로 이어질 수는 있다.

동일본 대지진은 세계 3위 경제 대국의 수요 감소, 또는 기술과 자동차 분야에서의 세계적 생산 고리의 혼란으로 이어지면서 세계 경제에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다. 핵 위험 역시 다른 국가의 핵에너지 불확실성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지금은 섣부른 판단을 피해야 한다. 일본의 삼중 재앙의 진짜 결과를 헤아리려면 시간과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일본 국민은 상상하기 힘든 비극 앞에서 놀라운 용기를 보여줬다. 성공적인 재건 프로그램에 따라 다시 일어설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먼저 신중하고 깊은 분석이 뒷받침돼야 한다. ⓒProject Syndicate

무함마드 엘에리언 핌코 최고경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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