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칼럼/황상민]스마트폰 시대의 고독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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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얼마 전 몇몇 광고 캠페인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영화에만 빠져 들지 말고 여친에게도 빠져 드세요.”

“운전 중 SNS 날리려다 응급차 SOS 날리게 됩니다.”

“페이스북만 들여다보지 말고 주위 사람 얼굴도 돌아보세요.”

언제 어디서나 연결은 되지만

스마트폰 열풍 초기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해온 나로서는 쉽게 공감이 됐다. 아니, ‘허를 찔렸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하루에 수십 통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도, 정작 사람 목소리를 듣거나 얼굴을 마주할 생각은 손가락만큼도 없었기에 더욱 그랬다.

스마트폰에 빠져 있지만 운전 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하는 수준은 아니다.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나 시사 속보 문자를 힐끔 보는 정도다. 하지만 응급차 관련 문구는 뒤통수를 때리는 듯했다. 사람들을 연결하고 통하게 만든다는 스마트 기기에 의해 정작 사람들 간의 소통이 단절되거나, 더욱 소외되는 그런 상황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생겼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연결되었다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우리는 외로움과 혼자만의 생활 속에 빠져드는 것은 아닐까. 디지털 세상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과거와는 다른 방식의 삶을 살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우리는 디지털 세상에서 정말 스마트하게 살고 있는 것일까.

스마트폰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실시간 e메일 확인과 응답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됐다. 이로 인해 사람들 간의 소통은 더 빨라지고, 더 많은 사람과 연결된 듯하다. 그러나 정작 나는 사람이 아닌 스마트폰을 쥐고 산다.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더 줄고 있다. 친구와 만나도, 가족과 오랜만에 한자리에 앉는 순간에도 각자의 스마트폰 세계에 빠진다. 소통을 촉진하고 만남을 더 자연스럽게 한다는 스마트폰이 대화의 부재, 소통의 단절 문제를 야기한다. ‘스마트폰 과부’ ‘스마트폰 홀아비’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스마트폰으로 인해 세상과의 소통은 용이해졌지만 가족 간의 소통은 오히려 단절돼 가는 것은 아닌지 씁쓸함마저 든다.

직장 내 풍경도 별반 다르지 않다. 스마트폰이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일조한다고 하지만 정작 우리는 이제 업무시간과 일상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을 먼저 경험한다. 머릿속은 업무 생각으로 가득 차 있고, 스마트폰을 보기만 하면 끝내지 못한 업무가 나를 기다리는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 동료와 대화를 할 때도, 심지어 밥을 먹는 시간에도 스마트폰이 나의 동료처럼 느껴진다. 나의 삶과 인간관계가 손 안의 스마트폰 속에 머물러 있는 것만 같다. 스마트한 세상에 살게 되었지만, 인간은 여기에 맞춰 충분히 스마트해지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가족-친구와의 소통은 단절돼

디지털 기기, 스마트 기기가 축복이기는 하지만 또 한편으로 우리에게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더 고민하게 만든다. 현재의 삶을 더 스마트하고 행복하게 살게 해줄 훌륭한 수단이지만 스마트 기기의 가치는 이것을 이용하는 인간에게 달려 있다. 행복한 삶을 돕는 수단으로 등장한 스마트폰으로 매 순간 SNS를 하고 수천 명의 팔로어를 거느렸다고 해도 당장 마주 앉아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문자나 SNS를 통해서가 아닌, 거리낌 없이 전화를 걸고 얼굴을 마주 할 상대가 과연 몇 명이나 될지 역시 궁금하다. 스마트폰이 우리 삶에 행복까지 가져왔는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스마트한 삶을 위한 스마트한 활용의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제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한 스마트폰 시장이나 관련 스마트 기기들은 우리 삶에서 더욱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심지어 올해에는 전체 휴대전화 시장에서 스마트폰이 거의 30%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한다. 2012년에는 스마트폰이 PC 판매량을 추월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런 상황은 스마트 기기, 디지털 기기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인간의 지혜, 인간의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인기 있는 애플리케이션과 유용한 기능들을 하드웨어적으로 잘 사용하면 되는 것이 아닌 상황이 되었다. 이것이 디지털 세상에서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잃지 않는 균형 있는 삶이 ‘진짜’ 스마트한 삶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광고 캠페인이 우리의 마음을 끄는 이유일 것이다.

최신 디지털 기술과 제품을 자랑하는 가전회사들이 정작 제품이 아닌 인간의 삶에 관심을 두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그래도 가끔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아날로그적인 삶을 즐기자는 캠페인은 소비자로선 또 다른 신선한 충격이다. 광고 캠페인 하나로 디지털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보고 삶의 지혜를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 흥미롭다. 스쳐 보내는 삶이 아닌, 스마트 기기를 통한 진정 스마트한 삶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본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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