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지헌철]한반도 큰 지진 없어 안심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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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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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책임연구원
11일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 인근 해저에서 일본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 영향으로 최대 높이 10m의 지진해일(쓰나미)이 발생해 수많은 사상자와 재산 피해를 냈다. 일본 열도는 한반도와 중국을 포함하는 유라시아판의 동쪽 끝에 위치하고 있으며, 도쿄(東京)를 기준으로 센다이(仙臺)를 거쳐 홋카이도(北海道)에 이르는 동쪽 해안에서는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의 밑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번 대지진은 센다이 앞 진앙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100km, 남쪽으로 300km 정도 단층 균열이 생기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대비해도 막기 힘든 지진

역사적으로나 근대 지진 관측 자료에 따르면 도쿄와 홋카이도 사이 해안이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 있고, 각 구역이 번갈아가면서 리히터 규모 8 이하의 지진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한 단층 균열의 길이가 수십 km 이하여서 쓰나미 피해도 그리 크지 않았던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쓰나미는 해저의 단층이 수직으로 운동하며 그 상부에 있는 바닷물을 상하로 요동치게 해 발생한다. 이번 대지진은 단층 길이가 늘어나 중첩효과에 의해 수위가 높아지고 지속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엄청난 양의 바닷물을 동반한 쓰나미를 일으켰다. 또 다른 중첩효과는 지진파형의 저주파 성분이 강화되는 것이다. 저주파의 지진파는 비록 낮은 진폭이라도 구조물에 상당한 피해를 준다. 이번 지진파의 진폭은 내진설계 기준으로 보면 그리 높지 않으나 저주파 성분의 지반 진동이 상대적으로 높아 원자력발전소 등 주요 구조물에 심각한 피해가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재해는 타성이나 고정관념 때문에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일을 예측하지 못하거나 대비가 소홀한 곳에서 발생한다. ‘지진 강국’으로 불리는 일본도 이번 대지진의 발생 가능성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대지진의 경우 역사 기록과 근대 관측자료, 지진 발생지역 구역화 가설 등에 사로잡혀 비록 확률은 매우 낮지만 발생할 수 있는 지진을 고려하지 않아 대비책을 갖추지 못했다.

지진 관측이 시작된 근대 이후 한반도에서 큰 지진이 발생한 적이 없고,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이번 대지진 같은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통설이다. 이로 인해 지진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채 단편적인 대책 마련이나 연구만 수행하고 있다. 서해와 남해는 수심이 낮아 쓰나미에 의한 피해 발생 가능성은 거의 없으나 수심이 깊은 동해 연안은 쓰나미 피해를 본 적이 있어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

동해는 수심깊어 쓰나미 피해 우려

한반도에 적합한 맞춤형 지진대책을 수립해 집행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대책 수립에 활용한 자료가 비록 확률은 낮지만 가능성이 있는 모든 시나리오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에서 예상할 수 있는 지진 피해는 일본의 고베(神戶), 뉴질랜드의 크라이스트처치 지진과 같은 내륙의 직하형 지진으로 보고 있으며, 역사 지진 평가 등을 통해 규모는 6.5 이하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추정하고 있는 지진 최대 규모의 타당성과 직하형 지진의 심도, 단층 특성 등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내진설계 기준에 사용하고 있는 규모에 따른 지반 진동의 최대 진폭이나 주파수 특성 등은 한반도의 지질학적 검토 없이 외국 사례를 따르고 있다. 이런 사안들을 모두 반영해 지진 관측부터 지진 연구, 내진설계, 신속 통보, 피해 평가, 대피 및 복구 등에 관한 국가적 목표를 정해 집행하고 조정할 수 있는 위원회를 소방방재청 등 정부 관련 부처에 구성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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