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은 南에 와서 ‘귀순 4명’ 자유의사 확인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5일 03시 00분


북한이 지난달 5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남쪽으로 표류한 북한 주민 가운데 4명의 귀순을 이유로 나머지 27명의 인수를 거부했다. 우리 측은 어제 북한 주민을 송환하기 위해 판문점으로 데리고 갔지만 북한 당국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북한의 전원 송환 요구에 맞서 우리 정부는 귀순자를 돌려보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주민 4명의 귀순에 대해 ‘반(反)인륜적 행위’라며 남한을 공격했다. 귀순하겠다는 북한 주민을 송환하면 처형당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4명을 사지(死地)로 보내는 것이야말로 반인륜적이다.

북한 주민의 집단 남하는 2004년 이후만 해도 29건이다. 이 가운데 전원이 귀순한 경우가 9건, 일부 귀순이 2건이다. 북한이 31명 중 4명의 귀순을 이유로 27명 인수를 거부하는 것은 공연한 트집이다. 북한이 우리 정부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면 당국자를 보내 직접 자유의사를 확인하면 될 것이다.

인권 존중 차원에서 귀순을 받아들인 남한을 비난하며 다 끌고 가지 못해 안달하는 행태는 북한이 반인권적 집단임을 확인시켜줄 뿐이다. 북한은 대남(對南) 선전방송을 통해 31명 전원 송환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대내용 방송에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4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다는 소식을 북한 내부에는 알리기가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 주민의 ‘지옥 탈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십만 명이 사선(死線)을 넘었다. 이 중 2만 명은 한국에 정착했다. 지금도 국경지대 어디에선가 굶주린 북한 주민이 탈출을 시도하고 있을 것이다. 탈북자들은 중국 몽골 태국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를 떠돌며 필사적으로 한국으로 오는 길을 찾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도 탈북자가 밀려간다. 굶주림과 억압을 못 견뎌 탈북하는 주민이 늘고 있는 마당에 북한 정권이 인륜을 거론할 자격이나 있는가.

북한 주민 31명은 목선을 타고 NLL을 넘어 우리 수역으로 들어왔다. 정부가 월경(越境) 이유와 귀순 여부를 조사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다. 27명을 북으로 돌려 보내려는 것을 보더라도 우리의 조사 절차에 강제성이 없었음을 알 수 있다. 국제관례를 적용하더라도 귀순자 4명은 북에 보낼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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