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강경석]뉴질랜드에서 재난 대처의 모범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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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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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석 사회부
강경석 사회부
자연재해는 어느 나라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대처하는 모습에는 차이가 있었다. 리히터 규모 6.3의 강진으로 현재까지 155명의 희생자를 낸 크라이스트처치 지진 사태에 뉴질랜드 당국이 대처하는 모습을 보며 새삼스레 든 생각이다.

사고 이후 현장을 지배하는 불문율은 무엇보다 ‘구조와 안전’이었다. 효율적인 구조와 안전을 위해서라면 다른 시민의 불편이나 언론의 알 권리, 혹은 피해 당사자의 다소의 불편함은 일정 부분 양보하는 게 당연하다는 분위기였다.

뉴질랜드 당국은 사고 이후 도심 중심부로의 접근을 철저히 통제했다. 도심으로 향하는 길목마다 장갑차와 경찰차, 현지 인력이 24시간 경계를 서며 일반인과 언론의 접근을 제한했다. 사고 지역 등 제한구역을 허가 없이 돌아다니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소홀해진 치안을 틈타 발생할 수 있는 절도 폭행 등의 범죄를 막기 위해서다. 헬리콥터와 순찰차가 수시로 돌아다니는 상황은 다소 무섭게 보일 수 있지만 이곳 시민은 이 모든 것이 효과적인 구조와 안전을 위해 당연한 것이라는 반응이다.

사고 현장에 당국의 인가를 받은 구조대원이나 단체만 접근할 수 있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조금이라도 빨리 더 많은 사람을 동원해 구조를 해야 할 것 같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체계적이지 않은 구조작업은 오히려 구조작업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자칫 부상자의 생명을 더 위험하게 할 우려도 크다.

“지진 현장의 구조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며 국내의 한 시민단체가 막무가내로 통제구역 안으로 들어가려다 뉴질랜드 경찰과 마찰을 빚은 사건은 재난에 대응하는 우리식 관념과 선진국 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고 직후 피해를 보지 않은 건물의 안전검사를 위해 전문 인력들이 모든 상점과 빌딩, 주택을 돌아다니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이 작업은 사고 발생 8일이 지난 지금까지 조용히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그 대신 이곳 현지에는 우리처럼 얼굴을 드러내기 위해 사고 현장을 쏘다니거나 모든 책임을 정부가 져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는 정치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재해는 이재민은 물론이고 모든 국민에게 가슴 아픈 일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효율적인 구조 작업이다. 뉴질랜드 역사상 가장 큰 참사라는 이번 지진 사태를 놀라울 정도로 ‘냉정하게’ 대처하는 뉴질랜드 국민을 보며 선진국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강경석 사회부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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