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엄기영과 최문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일 03시 00분


엄기영 전 MBC 사장이 오늘 한나라당 강원도당에서 입당 기자회견을 열고 강원도지사 출마를 공식화한다. MBC 사장을 지낸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강원도지사 출마를 위해 그제 비례대표 의원직 사퇴서를 냈다. 강원도지사 선거는 MBC 전직 사장들끼리 경쟁하는 모양새가 됐다.

엄 전 사장은 “강원도민을 위해 당당하게 당내 경선과 본선에 임하겠다”고 밝혔지만 MBC 사장 때 한 일을 보면 그를 공천하려는 한나라당의 정체성에 의구심이 생긴다.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을 일으킨다’고 허위 왜곡 보도한 MBC PD수첩은 2008년 그가 사장 때 방영됐다. 이 프로그램으로 광우병 촛불시위가 촉발돼 서울 도심이 근 100일 동안 시위대에 점령되다시피 했다. 이 시위는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2007년 대선 결과에 대한 불복운동의 성격이 강했다.

그는 PD수첩의 허위 왜곡이 밝혀진 뒤에도 “정치적 수사” 운운하며 광우병 쇠고기 프로그램을 제작한 PD들을 편들었다. 사장 재임 중이나 퇴임 후에 단 한 번도 “PD수첩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반성의 태도를 보인 적이 없다. 한나라당으로선 강원도지사 자리를 되찾아 오는 것이 급하겠지만 엄 전 사장을 공천함으로써 한나라당 지지자들에게 혼란을 주는 일은 피해야 한다.

MBC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사장이 된 최 의원은 MBC를 노영(勞營)방송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사장 때 본부장 등 경영진의 보도제작편성 참여를 금지하고 본부장 밑의 국장은 노조원들이 탄핵할 수 있게 한 단체협약을 맺음으로써 노조가 보도와 제작은 물론이고 인사 경영까지 좌지우지하도록 제도화했다. 이런 사람이 도지사가 된다면 공무원노조가 인사와 행정 정책까지 좌지우지하지 않을지 걱정된다.

그는 MBC 사장 임기를 마치자마자 민주당 비례대표로 의원이 돼 폴리프레스(politics+press), 즉 정치언론인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2009년 7월 미디어법 통과 이후엔 “언론과 표현의 자유, 헌법, 민주주의를 지켜내지 못했다”며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해놓고 반년도 안돼 제 발로 복귀했다.

최 의원은 “MBC 후배들이 엄 전 사장을 지키는 투쟁을 하느라 해고되고 사법처리됐다. 그가 한나라당으로 출마하는 것은 후배들에게 큰 상처를 주게 된다”며 “엄 전 사장이 민주당으로 출마할 경우 강원도지사 후보를 양보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강원도지사 후보 자리를 양보한다던 최 의원이 정작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어떻게 상대방을 공격할지도 관심거리다. 공천개혁으로 정치 선진화를 꾀하겠다는 정당들이 두 사람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낼지도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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