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남기춘의 뒷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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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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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춘 전 서울서부지검장은 지난달 28일 고검장급 6명의 인사가 발표되기 직전 검찰 내부통신망에 ‘이제 저에게도 때가 왔다’는 고별사를 남기고 돌연 사퇴했다. 그 후 법무부 장관의 한화그룹 비자금 수사 개입설, 남 지검장에 대한 문책인사 예정설, 법무장관-검찰총장 불화설이 동시에 흘러 나왔다. 법무부는 수사 개입을 부인했지만 남 지검장이 사퇴와 관련한 발언을 이어가면서 모든 게 기정사실처럼 비치고 있다.

▷남 전 지검장은 신문 인터뷰에서 “살아 있는 대통령을 수사하는 것보다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재벌은 교묘하게 수사를 방해했고 법무부도 우리를 지치게 했다”고 말해 정권 또는 법무부가 한화 비호에 나섰음을 시사했다. 고검장급 인사에서 김준규 검찰총장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비는 쓰러지고 제갈량은 떠나는 형국”이라는 김 총장의 토로는 법무부-검찰 갈등설에 기름을 부었다. 김 총장은 남 전 지검장을 ‘장비’로 빗대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 같다.

▷남기춘은 검찰에서 ‘강골 검객’으로 통했다. 2003년의 대선자금 수사 때 노무현 정권의 실세 안희정 씨(현 충남도지사)와 여택수 씨, 현대그룹 비자금 수사 때 박지원 씨(현 민주당 원내대표), 2004년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 최근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의 구속은 그가 직접 수사했거나 지휘한 작품이다. 영장이 기각되면 발부될 때까지 청구를 계속할 정도로 집요했다. 조선 말 천주교 박해로 순교한 승지(정3품) 남종삼의 종손이어서 강골 DNA를 타고났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서부지검이 한화그룹과 관련해 청구하는 영장을 법원에서 잇따라 기각하면서 과잉수사 논란을 불렀다. 그에게는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외골수 검사’라는 비판도 따라다닌다. 그가 떠난 뒤 뒷말이 무성하다. 박용석 신임 대검 차장은 “정의로움이 지나치면 사람을 잔인하게 만든다”고 했다.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은 “시대가 변하면 수사 방식도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법무부의 수사개입설은 찜찜하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법무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 외에 어떤 검사도 지휘할 수 없다. 이귀남 법무장관이 직접 해명해야 할 대목이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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