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예비노인’ 생각을 못 따라가는 ‘노인 인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7일 03시 00분


베이비붐 세대는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의 부양을 받지 않는 첫 세대가 될 것이 확실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955∼1963년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 4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의식조사를 한 결과 93%가 자식과 함께 살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전체 인구의 14.6%(712만 명)에 이르는 베이비붐 세대가 늙어가기 시작하면 우리 사회는 노인 단독가구 위주로 빠르게 재편될 것이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작년 12만 가구였던 홀몸노인은 2020년엔 151만 가구, 2030년엔 234만 가구로 늘어난다. 처음엔 노부부가 함께 살다가 배우자가 사망한 뒤 홀로 생활을 꾸려야 하는 1인가구가 보편화해 사회의 부양책임이 커질 수밖에 없다. 노인의 3고(苦)인 가난 질병 외로움을 사회적 차원에서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예비노인들의 의식 변화를 받쳐줄 우리 사회의 인프라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선진국에선 사라진 정년제도가 엄존하고 노후 소득보장 방안은 쥐꼬리만 한 국민연금이 고작이다. 게다가 530만 명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노인이 스스로를 부양할 수 있도록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주역인 베이비붐 세대는 경험과 지식이 풍부해 우리 경제의 소중한 자산이다. 이들의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인 일자리를 개발해 보급할 필요가 있다. 평균수명의 연장에 맞추어 스스로 근로생애를 재설계하는 일도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노인들의 잠재력, 구매력, 정치적 파워에 주목하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과의 만남에서 언급한 책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의 공동 저자인 데이비드 울프는 앞으로 44∼65세가 최대 소비층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럼에도 소비재 기업의 마케팅은 10, 20대만을 주 타깃으로 삼는다. 노인들은 자식의 집도, 양로원도 아닌 자신이 살던 집에서 도우미의 도움을 받으며 여생을 마치고 싶어 한다. 노인방문 요양 서비스가 늘어나고, 노인 혼자 생활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주택과 노인에게 맞춰 기능을 단순화한 가전제품도 대세를 이룰 것이다.

빈곤노인에 대한 지원은 당연한 국가적 의무이지만 노인이 빈곤층으로 추락하지 않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자산과 경험을 가진 새로운 노인집단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모습과 사회의 활력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