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신석호]“北이 싫어하는 사람도…” 통일부 손 들어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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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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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호 정치부 기자
신석호 정치부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1일 신년 방송좌담회를 끝내자 한 통일부 당국자는 “여러 가지가 확실하게 정리된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이 대통령은 신년좌담회에서 “북한이 싫어하는 사람도 정부에 있어야 한다”며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지지했다.

이 대통령은 또 “6자회담이든, 남북회담이든 북한의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통일부에서는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해서는 북한이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통일부의 손을 들어줬다는 해석이 나왔다.

통일부는 외교통상부와 한 차례 갈등을 겪었다. 지난달 26일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처리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직접적인 전제조건이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자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다음 날인 27일 열린 긴급 안보관계 장관회의에서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서울에 와 있는 미묘한 시점에 국민 정서와 어긋나는 외교부 당국자의 발언이 나온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는 후문이다.

다른 회의 참가자들도 이에 동의하자 현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 정책방송인 KTV 인터뷰에서 전날 외교부 당국자의 발언을 정정했다. 미국과 중국 등의 6자회담 재개 움직임에 발맞춰 몸을 가볍게 하려는 외교부의 ‘6자회담 우선’ 논리를 6자회담 재개를 지렛대 삼아 북한의 무력도발 사건을 매듭짓고 남북관계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통일부의 ‘남북대화 우선’ 논리가 누른 셈이다.

미국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은 1962년 쿠바 미사일위기 당시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이끈 미국 정부 내 정책결정 과정을 분석한 저서 ‘결정의 에센스’(1971년)에서 ‘외교정책은 부처의 조직논리를 밀어붙이는 관료들의 협상 결과’라고 주장한 바 있다.

외교부와 통일부 ‘관료들의 협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 남북대화에 동의할 경우 누가 주무를 맡을지를 놓고도 대립할 가능성이 있다.

외교부 당국자들은 “북한 비핵화는 외교부의 고유 업무”라며 자신들이 6자회담의 연장선에서 북한 외무성을 일대일로 만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통일부는 1991년 12월 남북비핵화공동선언 때처럼 통일부를 포함한 관련 정부기관이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인 듯하다.

이 문제를 둘러싼 관료들의 협상 2라운드는 좀 더 전략적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석호 정치부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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