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에 불법 후원금을 낸 전현직 교사와 공무원 263명이 무더기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학교에서 가르치거나 공무를 수행하고 있어야 할 교사 공무원들이 서울중앙지법의 2개 대법정에 줄줄이 불려나와 30만∼5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는 모습은 진풍경이었다.
민노당에 가입한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면소(免訴)나 무죄 판결이 났다. 재판부는 정당에 가입한 때로부터 3년이 지나 공소시효가 지났다거나, 당원으로서 활동했다는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검찰은 정당에 가입하면 탈당하지 않는 한 위반행위가 계속된다고 봤으나 법원은 정당 가입 즉시 위반행위는 끝났다고 보고 시효를 산정했다.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대목으로 상급심의 판단을 기다릴 필요가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는 이번 판결이 공무원의 정당 가입이나 활동을 허용해주는 면죄부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재판부는 교사의 정당 가입을 금지한 정당법 22조에 대해 정진후 전 전교조 위원장 등이 신청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기각했다. 그 이유로 “헌법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하고 있다”며 “교사의 정당 가입을 금지한 것이 교사의 정치적 자유권의 본질을 침해한 위헌적 규정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헌법재판소도 2004년 이 조항에 대해 위헌이 아니라고 결정한 바 있다.
헌법과 법률은 공무원의 신분을 보장해주는 대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만 이런 제도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공무원의 중립을 요구한다. 2009년 시국 선언에 참가한 전교조 간부에 대해 1심 판결은 엇갈렸지만 2심에서는 대부분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법원은 교사들의 시국선언이 공무원의 정당 가입이나 정치단체 가입, 특정 정치단체에 대한 지지와 반대를 금지한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결론지었다. 교사들이 실정법을 위반하면서 신념을 관철하려는 것은 법치주의를 배척하는 결과를 낳고 미성년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교사와 공무원들이 가입한 민노당은 대한민국 헌법이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법치주의에 부합하지 않는 정강을 갖고 있다. 이 당의 주축은 김일성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주사파 계열이다. 신분을 보장받는 공무원이 헌법적 가치를 부인하는 정당의 당원이 되는 것은 국민이 용납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