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신동엽]잡스, 카리스마 리더의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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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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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 연세대 경영대 교수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 교수
병가(病暇)를 내자 애플 주가가 급락하고 글로벌 정보기술(IT)업계가 휘청거리는 것을 보면 스티브 잡스가 대단한 리더임엔 틀림없다. 1970년대 애플 창업 때부터 그는 비범했다. 다들 수익과 성장을 말할 때 갓 스물의 잡스는 “여덟 살 어린이도 쓸 수 있는 싸고 간편한 컴퓨터를 만들어 모든 개인이 컴퓨터를 가지는 시대를 열겠다”며 정보혁명을 주도했다. 승승장구하던 애플은 잡스가 떠나자 위기에 빠졌다가 돌아오자 정상으로 복귀해 모바일 혁명으로 세상을 흔들고 있다. 전 세계 조직은 그런 창조적 리더를 찾는 데 혈안이 돼 있다.

특정 리더에 지나친 의존은 위험

그렇다면 잡스는 완벽한 리더인가? 잡스에 대해 창조성과 함께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카리스마이다. 그리스어로 ‘신이 준 능력’을 뜻하는 카리스마는 대다수 일반인은 가질 수 없는 비범한 능력을 가졌다는 인식에서 나오는 특수한 영향력을 말한다. 카리스마적 리더는 사람들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매력과 독특한 행동방식으로 파격적 비전을 제시해 구성원들이 자신을 맹목적이고 열광적으로 추종하게 만든다. 그 조직이나 사회는 높은 성과를 창출하게 된다. 혁명가, 창업가, 위기극복 리더, 독재자, 종교 리더 중에는 카리스마적 리더가 많다. 잡스는 카리스마적 리더의 전형이다.

그런데 카리스마적 리더는 두 가지 치명적 한계가 있다. 첫째는 구성원들이 무조건적으로 신뢰하므로 잘못된 방향으로 영향력을 발휘해도 열광적으로 리더를 따르게 만드는 부정적 카리스마의 위험이다. 높은 교육 수준의 독일인들이 제2차 세계대전 때 홀로코스트에 동원된 것은 히틀러의 카리스마가 아니면 설명이 어렵다. 중국 전역의 학교를 없애고 군대 계급장을 떼며 유적을 파괴한 문화혁명체제가 10년이나 지속되었던 것도 마오쩌둥(毛澤東)의 카리스마 때문에 가능했다.

다른 치명적 한계는 리더십 승계이다. 카리스마적 리더의 영향력은 대체 불가능하므로 유고 시 조직이나 사회가 갑자기 위기에 빠지게 된다. 티토라는 카리스마적 리더를 중심으로 뭉쳤던 유고슬라비아가 티토 사후 급속히 분열된 것이나 문화혁명체제가 마오쩌둥 사후 불과 1년 만에 붕괴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카리스마적 리더는 특성상 극소수에 지나지 않으므로 후계자로 또 다른 카리스마적 리더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카리스마 개념을 정리한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전근대적 사회와 현대 사회의 가장 큰 차이를 특정 개인이 아닌 제도 자체가 카리스마적 권위를 가지는지 여부라며 제도가 카리스마를 가지는 카리스마의 일상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치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특정 리더가 아니라 입법 사법 행정부의 독립적인 3권 분립 제도가 카리스마를 가지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많은 조직이 리더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져야 한다는 편견으로 카리스마적 리더를 찾는 데 몰두하고 있다.

개인보다 시스템 창의성 키워야

애플은 분명 탁월한 기업이지만 잡스 병가의 충격을 보면 특정 개인의 카리스마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불안정한 면도 있다. 반면 100년 이상 세계 정상을 유지해온 P&G, 듀폰, 존슨앤드존슨 등은 세계 최고의 성과를 내지만 최고경영자(CEO)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특정 리더가 아닌 그 기업의 제도와 시스템이 카리스마를 가지기 때문이다. 특히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급변하는 21세기 창조사회에서는 특정 리더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조직이나 사회는 한계가 있다. 아무리 뛰어나도 한 개인의 창조성이 다양한 역량의 융복합화를 통한 시스템의 창조성을 이기기는 어렵다. 우리나라도 잡스와 같은 창조적 리더를 찾기 전에 제도와 시스템이 창조성과 카리스마를 가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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