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방형남]런민일보 한국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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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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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11월 8일을 ‘기자의 날’로 기념한다. 중국에서 기념일이 있는 직업은 기자 간호사 교사가 전부다. 기자가 상대적으로 예우를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자의 날을 만든 목적은 언론의 위상이나 언론 자유와는 관계가 없다. 중국 기자의 날은 1937년 중국청년신문공작자협회(현재의 중화전국신문공작자협회·약칭 중국기협) 결성이 계기가 됐다. 나중에 중국 총리를 지낸 저우언라이(周恩來)가 일본과 전쟁을 치르면서 언론을 지지 세력으로 동원하기 위해 협회 결성을 주도했다.

▷협회 결성으로부터 74년이 흘렀지만 중국 정부의 언론관(觀)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지난해 기자의 날 기념식에서 리창춘(李長春) 정치국 상무위원은 “언론인은 공산당의 주장과 민중의 목소리를 통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위원은 언론 자유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일방적인 주문만 늘어놓았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중국에서 기자들은 여전히 초보적인 언론 자유마저 누리지 못하고 있다. 중국 언론은 정부의 보도 통제에 눌려 지난해 류샤오보(劉曉波) 씨의 노벨 평화상 수상 소식도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

▷서울에서 발행되는 런민(人民)일보 한국판은 북한의 연평도 도발을 남북 간 영해와 영토의 주권 다툼으로 규정하고 북한의 대화 요구를 묵살한 미국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런민일보 한국판 대표인 쉬바오캉(徐寶康) 씨다. 쉬 대표는 서울과 평양 특파원을 지내 남한과 북한을 동시에 잘 아는 대표적인 중국 언론인으로 통한다. 그런 그가 북한 편을 드는 편향된 기사를 한글로 써 한국 독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쉬 대표는 먼저 포를 쏜 쪽이 어디인지를 아직도 모르는 듯하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런민일보의 체통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발행되는 런민일보 관련 신문은 3개다. 런민일보와 런민일보 해외판이 중국어로, 런민일보 한국판이 한글로 발행된다. 중국에서는 외국 언론이 중국어 신문을 발행할 수 없지만 런민일보는 한국에서 언론 자유를 충분히 누리고 있다. 런민일보 한국판은 최근 광고에서 런민일보 해외판을 ‘중국의 세계화, 세계의 중국화를 위한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런민일보 한국판의 편향보도가 한국의 중국화 시도는 아니기를 바란다. 중국은 국가관계의 상호주의에 따라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옌지(延吉)에서 한국 신문의 중국판 발행을 허용해야 한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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