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영균]루비니의 맨해튼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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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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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거품의 붕괴를 예견해 유명해진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가 뉴욕 맨해튼의 고급 아파트를 사들여 화제다. 1층에 거실과 식당, 2층과 3층에 방 3개와 화장실 3개가 있는 100평짜리 아파트로 매입가격은 550만 달러(약 63억5000만 원)에 이른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의 최고가 735만 달러보다 25% 싼 값이다. 그는 아파트 매입을 위해 300만 달러의 대출까지 받았다. 뉴욕 부동산업자들은 “비관론자조차 주택시장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반겼다.

▷2006년 9월 “곧 경제위기의 회오리가 전 세계를 덮칠 것”이라고 주장했던 루비니 교수를 당시 많은 경제학자는 무시했다. 그러나 이듬해 예측이 맞아떨어지자 그는 순식간에 ‘선지자’가 됐다. 각종 포럼과 세미나에서 인기 있는 초청 대상이 돼 돈방석에 올랐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태어나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이스라엘은행 연구원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이코노미스트로 일했던 비(非)주류 경제학자가 일약 유명인사로 떠오르고 맨해튼 고급 아파트의 주인이 됐다.

▷미국 다른 지역의 부동산은 아직 침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맨해튼 아파트는 올 들어 회복세로 바뀌었다. 경제 비관론자인 루비니 교수가 사들일 정도이니 그럴 만도 하다. 그렇다고 그의 견해가 바뀐 것은 아니다. 루비니 교수는 올해 9월 “미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상당수 유럽 국가 등 선진국에서 더블딥(이중침체)이 발생할 위험이 상당히 높다”고 경고했다. 미국 경제에 대해 그는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이 여전히 40%나 된다” “앞으로 12개월 안에 더블딥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대표적 비관론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도 작년에 맨해튼 고급 주택가의 강변 아파트를 170만 달러에 사들였다. 월가의 비관론자인 존 폴슨 폴슨앤드컴퍼니 회장도 50평짜리 맨해튼 아파트를 285만 달러(약 32억 원)에 구입했다. 2007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이, 최근에는 타이거 우즈의 이혼녀가 계약했을 만큼 맨해튼 아파트는 세계 유명인사와 부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맨해튼 아파트가 전 세계 부동산의 선행지표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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