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해 연합훈련 이후, 군의 野戰性 높이라

  • 동아일보

나흘간의 서해 한미 연합훈련이 어제 끝났다. 이번 훈련은 북한의 추가 도발이 있을 경우에 대비한 공세적 응징 타격이 핵심이었다. 항공모함 조지워싱턴 중심의 최첨단 미 7함대 전단(戰團)과 우리의 이지스 구축함, 최신예 전폭기가 참가해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진행됐다. 북한은 “무자비한 불벼락으로 대응하겠다”며 전투기와 지대함, 지대공 미사일을 전진 배치하는 ‘준(準)전시상태’를 유지하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북이 이 훈련 기간에 추가 도발을 하지 못한 것은 미군의 자동 개입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한미 군사동맹이 우리 안보에 얼마나 절실한지를 보여준 훈련이었다. 이제 미 7함대가 서해를 떠난 뒤가 문제다. 우리 군은 다음 주초부터 북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중지된 해병대 훈련을 포함해 전 해상에서 포사격 훈련을 실시한다. 북의 대응이 초미의 관심사다. 북은 1999년 1차 연평해전 직후 서해 5도를 바다로 포위하는 ‘조선 서해해상 군사분계선’을 일방적으로 선포했다. 그 후 1953년 정전협정 당시 유엔군사령부가 설정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무력화하기 위한 각종 도발을 끊임없이 자행했다. 연평도 포격도 우리 해병대의 포사격 훈련이 자기네 영해에서 이루어졌다고 억지를 부리면서 도발했다.

국방부는 북이 다시 도발하면 비슷한 화력(火力)으로 대응하던 종전 방식을 버리고 위협수준과 피해 규모를 기준으로 응징하겠다고 밝혔다. 연평도 사태는 독자적 대응능력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 미국의 막강한 항모 전단과 최첨단 전투력이 항상 우리 곁에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2만8500여 명의 미 육군 2사단과 7공군이 이 땅에 주둔하고 있으나 해군 전투력은 전무(全無)하다. 동아시아 미 해군력의 주축인 7함대와 해병대는 일본 요코스카와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다. 유사시 한반도 해상에 배치되는 데는 적어도 며칠이 걸린다. 해상과 서해 5도의 전투력을 증강해야 하는 이유다. 천안함과 연평도 공격은 우리 군의 구멍을 노린 도발이었다.

국회가 서해 5도의 화력을 키우기 위해 내년 국방예산을 약 7000억 원 증액하도록 해 다행이지만 ‘반짝 관심’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우리 군의 취약한 국방 인프라로는 북의 도발 징후를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다.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해 안보문제를 해결하려는 지난 시절의 잘못된 타성도 우리 정부와 군의 고질병이다. 전방을 주시하지 않고 청와대나 국방부에 안테나를 맞추며 진급과 보직에만 신경 쓰는 정치군인이 양산됐다. 군 지휘부가 야전성(野戰性)을 잃으면 국가안보가 위태로워진다. 국가안보를 위해 명예와 자존심을 거는 국민의 군대가 돼야 한다. 그래야 대망의 자주 국방을 이루고 북의 침략을 단호히 격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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