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철환]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이 공정사회 초석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0일 03시 00분


진정한 선진 경제사회의 실현을 위해서는 공정사회 구현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국가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공정한 사회란 공정한 게임의 룰이 투명하게 작동되는 사회를 뜻하는데 이 공정한 게임의 룰이 바로 서야 할 곳이 자본시장이라고 생각한다.

자본시장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이 투자기회를 모색하며, 크고 작은 회사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모여든다.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2배 규모에 이르는 금액이 거래되는 이곳에서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충격은 실로 엄청날 것이다. 선량한 개인투자자는 반칙을 일삼는 작전세력에 피해를 입고, 수많은 기업이 필요 자금을 적시에 조달하지 못해 실물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에서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게임의 룰을 세워야 하는가.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 애컬로프 교수는 ‘레몬이론’을 통해 시장 실패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정보의 비대칭성을 지목했다. 공정한 정보배분이 시장경제 메커니즘의 작동에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모두가 동등한 정보를 가지고 동일한 출발선상에서 게임을 시작한다면 승자는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 패자 또한 결과에 승복하고 기꺼이 다시 출발할 수 있다. 그러나 정보기술의 발달로 정보의 확산속도 및 파급범위는 무제한적이다. 투자전략 또한 급속히 진화하고 있어 정보의 공정성을 기하기란 쉽지 않다. 정보의 왜곡과 비대칭성을 시정하고 건전한 투자문화가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 감독당국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의 중요한 정보를 먼저 빼돌려 자신의 투자에 활용하는 선행매매 및 내부자거래 행위를 규제하고, 잘못된 정보를 퍼뜨려 투자자를 현혹하는 시세조종 행위 및 사기적 부정거래 행위 또한 철저히 감시한다. 최근 들어서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행위가 빈번해짐에 따라 사이버 정보감시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용하기 위한 역량을 키우는 중이다.

그러나 자본시장에서 공정성을 세우기 위한 노력은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엄정한 법집행이 수반되어야 자본주의가 활짝 꽃피울 수 있다. 미국의 저명한 최고경영자이자 TV 프로그램 진행자인 마사 스튜어트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여 주식을 매도한 혐의로 20만 달러에 가까운 벌금형과 함께 회장 겸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공정성을 기반으로 우리 자본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하고 경제사회 전반의 일류 선진화가 조속히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이철환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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