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기업 탈법 경영, 퇴직 후에도 배상책임 있다”

동아일보 입력 2010-09-25 03:00수정 2010-09-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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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경영진이 법을 위반해 사업을 추진하다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면 피해액 전액을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공기업 경영진에 불법 부실경영에 따른 책임을 퇴직 이후에까지 지게 한 것이다.

한국석유공사는 2000년 당시 나병선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이사회 결의 없이 체결한 지분 참여 결정을 후임 경영진이 취소하면서 물어준 위약금 5억5000여만 원을 손해배상 하라는 소송을 냈다. 대법원 재판부는 “나 전 사장 등은 경영상 판단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사로서 직무상 의무를 게을리 한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며 전 경영진의 책임을 물은 고등법원 판결을 확정했다. 정부투자기관법 등을 위반한 이사들에게 경영상의 판단이라는 면책의 여지를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 판례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은 공기업의 이사 감사에 대해 상법상 책임을 준용하고 이를 게을리 할 경우 해임 건의와 함께 해당 공기업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공기업을 관리 감독해야 할 주무부처가 법 규정을 철저히 적용하지 않고 있다. 감사원도 작년에 석탄공사 노사가 1조 원 이상 부채를 지고도 편법으로 임금을 올린 사실을 적발했으나 관련자 문책을 요구하는 데 그쳤다.

민간기업에서는 경영진이 불법 부실 경영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주주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하는 것이 보통이다. 최근 추세는 회계부정에 대해 회계법인의 책임까지 묻는 다. 이에 비해 국민이 주인인 공기업은 마치 주인이 없는 것처럼 돼버려 노사 비리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성행한다. 공기업에서 주주 역할을 해야 할 정부 주무부처나 감사원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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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회계부정 사건으로 2001년 파산한 미국 엔론의 최고경영자였던 제프리 스킬링은 무려 19가지 죄목으로 24년 4개월의 징역형 판결을 받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제프리 스킬링이 한국인이었다면 지금쯤 원래 자리로 돌아와 주요 결정을 책임지고 있을 것”이라며 경영책임에 관대한 풍토를 꼬집은 바 있다. 한국경제와 기업이 저평가 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려면 공기업 경영진의 책임 경영체제부터 확실하게 바로 세워야 한다. 경영진이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을 끝까지 질 때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줄어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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