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기소르망]도쿄에서 본 서울

동아일보 입력 2010-09-21 03:00수정 2014-07-2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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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년 동안 연평균 1.4%의 경제성장률이라는 침체를 경험한 일본인은 이웃 아시아 국가에 조금 겸손해졌다. 물론 과거 일본처럼 세계를 긴장시키는 중국의 야망에 일본인들이 우려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에 대해서는 일본의 태도 변화가 더 명확하다. 일본은 요즘 “한국인의 끊임없는 에너지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경제적 외교적 문화적 성과를 만들어내는 원천은 무엇일까” 하고 자문한다.

“한국은 에너지가 넘쳐나는 나라”

일본에서 명망이 높은 이코노미스트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아오야마가쿠인(靑山學院)대 교수(전 대장성 재무관)는 나에게 “일본은 한국에서 영감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일본을 통해 개방과 유학과 영어를 배웠지만 지금은 반대로 일본이 한국을 보면서 더 움츠러드는 것 같다고 지적한다. 그는 또 “한국의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에서 보았듯이 외국 시장을 얻기 위해 기업가와 국가가 단단한 협조체제를 갖추는 것이 부럽다”고 했다.

서울에서 현 정부는 여러 면에서 공격을 받고 있지만 일본에서 볼 때 한국은 효율과 전략이 넘치는 나라다. 사카키바라 씨와 내가 아는 일본의 다른 경제 전문가들은 일본이 전자 제품, 특수 강철 등 여러 분야에서 명백한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 영광에 안주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놀랄 만큼 끊임없이 많은 부분에서 변화, 혁신하고 있다고 감탄한다. 일본은 형편이 넉넉한 연금수령자지만 장기 비전이 없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대담하고 적극적인 자세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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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세 나오키 도쿄 부지사는 “한국은 일본이 갖지 못한, 아시아에서 가장 현실적인 비전을 가진 나라”라고 평가한다. 일본은 국방 예산을 감축하고 전투에 부적합한 공무원 군대만 유지하는 반면 한국은 국방에 계속 투자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 문제도 우려한다. 일본의 인구감소 문제는 여성의 사회참여가 줄고 청년의 경제활동 시작이 늦어지는 동시에 외국인의 일본 이민은 갈수록 어려운 상황 속에서 더 심각해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성의 일자리를 늘리고 외국 이민자를 적극 환영하고 있다는 것. 한국은 이미 다문화 국가로 바뀌고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국가 간 경제대결에서 큰 장점이다.

1960∼80년대 일본 모델이 이미 한국 모델로 대체되고 있다고 결론짓는 건 지나칠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인이 한국을 보는 시각의 의미 있는 변화는 양국 관계와 이 지역에서 힘의 균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양국의 진정한 화해는 일본이 한국을 동등하게 존중하는 순간부터 이뤄질 수 있다. 1962년 프랑스와 독일의 화해가 보여주듯 아무리 심각한 역사적 논쟁거리도 협상은 가능하다. 그 주도권은 서울에서 나와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 총리와 달리 두 나라의 관계를 변화시킬 힘과 시간을 갖고 있다.

한일동맹 새 출발도 한국의 손에

역사적 선례를 찾아보자. 1977년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은 예루살렘 의회에서 적들 앞에 연설하는 용기를 보였다. 그는 연설로 이스라엘 의원들을 압도한 뒤 그들에게 손을 내밀었고 이 악수는 평화협정으로 이어졌다.

일본 의회에 선 이명박 대통령을 상상해 보자. 이 대통령은 일본인들이 지금까지 교묘하게 피해온 역사적 책임을 그들 앞에 꺼내 놓고 분쟁 중인 독도 문제를 잘 풀어냄으로써 아시아의 두 민주주의 대국 간에 새로운 동맹의 기초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중국의 지도자들은 더 신중해지고 남북한의 통일은 더 예측 가능해질 것이다.

기 소르망 프랑스 문명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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