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당대회 표류와 ‘대남 유화’의 배경 직시해야

동아일보 입력 2010-09-17 03:00수정 2010-09-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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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3개월 전 “9월 상순에 당 최고지도기관 선출을 위한 당대표자회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44년 만에 열리는 당대표자회를 자축하는 대형 선전물이 거리에 내걸리고 관영매체들은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서 3남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후계체제 구축을 위한 행사가 될 것임을 예고하는 움직임이었다. 그런데도 북한식으로 9월 상순의 마지막 날인 15일을 넘기고도 당대표자회가 열리지 않았다. 북한 당국은 연기 이유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그동안 북한 내부에 이상 기류가 생겼음을 보여주는 징후가 아닐 수 없다.

일부 북한 소식통은 수해(水害)로 인해 회의의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열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상시(常時) 동원체제인 북한에서 당 대표들이 3개월 전 예고된 행사에 집결하지 못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후계체제 구축과 관련한 조율 작업이 끝나지 않았거나 차질이 생겨 당대표자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김 위원장은 2008년 8월 뇌중풍(뇌졸중) 발병으로 촉발된 체제불안 요인을 3대 세습으로 안정시켜 보고 싶겠지만 자신이 권력을 물려받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그가 올해 들어 중국을 두 차례나 방문한 것도 북한의 내부 사정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올해 8월 김정은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계 작업 과정에서 북한 체제에 상당한 풍파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북한이 보내오는 신호는 혼란스럽다. 스스로 수해와 태풍 피해 사실을 상세히 공개하며 남북 대화를 연이어 제의하고 있다. 과거 북한이 자연재해를 당했을 때 이렇게 나온 적이 없었다. 이산가족 상봉과 군사실무회담, 6자회담 재개 의사 같은 유화적 제의를 쏟아내면서도 천안함 폭침 최종 보고서에 대해서는 ‘용납 못할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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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북한의 경제 상황은 최악이다. 북한은 지난해 말 화폐개혁 실패, 올 3월 천안함 폭침에 따른 대북(對北) 제재, 잇따른 수재로 주민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남한의 대북 제재만으로도 북한에 흘러가는 한 해 2억5000만 달러의 돈줄이 끊겼다. 북한의 대응에는 다급한 움직임이 역력하다.

북한의 수해 주민을 위한 비상식량이나 의약품 등을 지원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북한이 천안함 폭침을 인정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과거 정부 때처럼 쌀을 수십만 t씩 대규모로 지원할 수는 없다. 우리는 의연하게 원칙을 지키면서 북한의 심상찮은 움직임에 빈틈없는 대응을 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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