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는 우리 사회가 고위공직자들에게 요구하는 도덕적 기준이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음을 말해 준다. 그럼에도 청와대의 인사 추천과 검증시스템이 국민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 데서 이번과 같은 대형사고가 터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국정치의 고질병이 되다시피 한 거짓말은 김 총리 후보자 검증에서 최악의 자해(自害) 행위로 작용했다. 김 총리 후보자의 도지사 시절 관사에 도청 직원이 가사(家事)도우미로 일한 것이나, 부인이 관용차량을 자가용처럼 쓴 일도, 공사(公私) 구분을 엄격히 못했음을 처음부터 시인하고 사과했더라면 상황이 이처럼 악화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말을 자꾸 바꾸는 과정에서 실제 내용보다 거짓말이 민심을 더 자극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 시절의 인사 존안자료를 이명박 정부가 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노 정부 당시 존안자료는 반(反)노무현 쪽 인사들을 집중 분석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확보하지 못한 것은 인수위 시절 531만 표 차의 승리에 도취해 정작 인수받아야 할 것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현 정부의 책임이 크다. 이런 자료가 적재적소의 인사를 고르는 데 쓰이지 못하고 바깥에서 정권을 흠집 내기 위한 목적에만 활용돼서는 안 된다.
위장전입도 교육용은 되고 투기용은 안 된다는 식의 편의적 잣대는 더 통하지 않는다. 교육용 위장전입이 재산증식용 위장전입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볼 이유가 없다. 그런 말이 성립되려면 주민등록법부터 개정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과거 24차례(지명·지번 변경 3차례 포함) 주소지를 옮긴 것이나 신재민 장관 후보자가 5번 위장전입을 한 것이 모두 교육용이었다고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후임 총리와 장관 후보자 인선에서는 국민 눈높이에 근접하는 더 깨끗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찾아내야만 한다. 물론 깨끗함이 중요하지만 능력이 뒷전이 돼서는 곤란하다. 부엌에 들어가지 않아 앞치마를 적시고 접시를 깰 일이 없었던 사람만 총리와 장관으로 골라 쓴다면 국정이 원활히 수행될 리가 없다. 국민이 100% 만족할 만한 인물을 골라내기는 쉽지 않겠지만 국민이 신뢰할 만한 인재를 찾아내는 일은 대통령에게 부과된 막중한 책무다.
이명박 대통령부터 인사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을 다했는지 깊이 성찰해 봐야 한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낙마파동을 겪은 지 13개월밖에 안 됐다. 대통령이 널리 인재를 구하기 위해 각계의 의견을 듣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이 대통령의 ‘벽’을 못 넘은 것인지, 청문회에서 나올 만한 의문점을 청와대 인사 검증 라인이 대통령 의중이나 살피다가 놓쳐버린 것은 아닌지, 혹은 검증팀의 역량이 부족한 것인지 책임 소재를 가릴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