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앙수사부 수사로 노무현 전 대통령 가족에게 돈을 준 혐의가 드러난 박연차 씨 사건이 총리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다시 불거지고 있다. 노무현 재단은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을 한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를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훼손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 고발했다.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발견됐다”는 조 내정자의 발언 내용이 사실인지 허위인지를 가려야 한다. 전직 대통령 차명계좌의 진실을 가리는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게 됐다.
고인이 돼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리 의혹이 무분별하게 증폭되는 것을 사실규명 없이 그대로 두고 보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그래서 노무현 재단과 유족도 고소 고발을 했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 사건이 자살이라는 돌발변수에 의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 처리된 이후 수시로 억측에 휩싸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차제에 사실 여부를 분명히 가리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조 내정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이 언급한 차명계좌의 의미와 근거가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막강한 정보력을 가진 서울경찰청장직에 있던 사람이 허위사실을 적시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경찰총수 자격은 그만두고라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은 2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형법(308조)에 규정돼 있다.
검찰은 수사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발견된 것이 없다고 밝혔지만 수사기록을 공개한 적은 없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지휘했다는 이유로 김태호 총리후보자 인사청문회의 증인으로 채택된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은 “청문회에 나가 사실대로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이 씨가 어떤 정치적 고려도 배제한 채 수사과정의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밝힌다면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를 둘러싼 논란을 끝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특별검사 도입을 주장한다. 사망한 수사 대상자의 차명계좌 의혹을 가리는 일은 기소를 전제로 하는 특검 수사의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 반면 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조 내정자를 수사 대상으로 본다면 특검이 가능하다는 논리도 타당하다. 검찰은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특검론을 불식해야 할 것이다.